[밴쿠버 별을 향해 뛴다] (9)쇼트트랙 여자대표팀 에이스 조해리

[밴쿠버 별을 향해 뛴다] (9)쇼트트랙 여자대표팀 에이스 조해리

입력 2010-02-02 00:00
업데이트 2010-02-02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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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m계주 5연패로 올릭픽 꿈 이룬다 ”

올림픽을 눈앞에서 놓쳤던 지난 8년은 잊은 지 오래다. 조해리(24·고양시청)는 어느덧 쇼트트랙 여자대표팀의 든든한 ‘에이스’로 거듭났다. “올림픽 출전 자체가 영광”이라고 얼굴을 붉히면서도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올림픽이니 만큼 후회없는 경기를 하고 싶어요.”라고 입술을 앙다물었다. “참 올림픽과 인연이 없었죠?”라며 빙긋 웃는다. 그렇다. 조해리에게 올림픽은 이번 밴쿠버대회가 처음이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를 앞두고 이미 세계 주니어무대를 평정했던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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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리 연합뉴스
조해리
연합뉴스


하지만 1986년 7월29일생인 조해리는 올림픽 직전 해에 만 15세(7월1일 이전 출생) 이상이어야 한다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의 나이 제한 규정에 걸려 올림픽 꿈을 접어야 했다. 이후 4년을 절치부심했지만 이번엔 토리노 올림픽을 앞둔 대표선발전에서 부상을 입었다. 그리고 또 4년.

●자살충동 딛고 거머쥔 티켓

지난해 4월 밴쿠버올림픽 대표선발전에 나선 조해리는 그동안의 울분을 날려버리는 금빛 레이스를 펼쳤다. 1000m·1500m 우승. 종합 1위는 조해리 몫이었다.

올림픽 티켓을 손에 넣은 조해리는 하염없이 눈물만 쏟아냈다. “상실감이 너무 커 운동을 그만두려 했었어요. ‘자살사이트’에도 가입했었고, 혼자서 바닷가를 찾기도 했었죠.”라며 마음고생을 털어놓았다.

그토록 원하던 올림픽 개막이 이제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사실 여자팀의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올림픽 예선으로 치러졌던 월드컵 3·4차 시리즈에서 노메달에 그쳤고, 여자팀 감독이 성적부진을 이유로 사퇴했다.

그동안 이어온 빛나는 전통을 잇지 못할까봐 조해리는 때때로 밤잠을 설친다. 심리적인 부담이 점점 강도를 더해가고 있지만 그럴수록 금메달을 향한 독기는 더 바짝 오르고 있다. 물론 개인전 금메달까지는 힘겨운 경쟁을 펼쳐야 한다. 조해리가 “그냥 남자예요.”라고 고개를 내저을 정도로 스피드와 체력이 좋은 왕멍(중국)을 비롯한 중국선수들이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다. 가장 자신있는 종목은 1000m. 내심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2009~10시즌 월드컵 2차 시리즈에서는 왕멍을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던 기분좋은 기억도 있다. 기대를 하면서도 큰 부담이 느껴지는 종목은 단연 3000m계주.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부터 2006 토리노대회까지 여자계주는 4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3000m계주에서 올림픽 5연패를 달성하는 게 제1의 목표”라고 밝힌 이유도 그동안의 역사를 잇겠다는 욕심 때문이다.

●‘긍정의 힘’으로 1000m금메달 목표

새벽부터 이어지는 강행군은 상상을 초월한다. 빙판훈련과 지상훈련을 4시간씩 한다. 특히 최광복 코치로 바뀐 이후 체력을 더욱 강조하기 시작했다. 하루의 트랙 훈련량을 2~3배로 늘렸다. 매일 2~3일 분량의 훈련을 소화하는 셈이다. “훈련 끝나면 눈물이 주르륵 나올 정도로 몸이 지쳐요. 그래도 그 훈련 덕분에 체력도 더 강해지고 자신감도 얻었습니다.” 몸은 녹초가 되지만 조해리는 언제나 ‘긍정의 힘’을 떠올린다. “금메달을 따고 기뻐할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하루하루 고된 훈련을 이겨내는 방법이죠.”

조해리는 “올림픽 무대를 밟는 것, 그게 소원이었는데 이번에 잘 됐으니까 마무리를 잘하고 싶어요.”라고 조용하게 결의를 다졌다. 60년 만에 온다는 백호의 해. 하얀 얼굴의 ‘호랑이띠’ 조해리가 오랫동안 간절히 바라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2010-02-02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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