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월드컵 끝나지 않았다

그들의 월드컵 끝나지 않았다

입력 2010-06-28 00:00
업데이트 2010-06-28 01:1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이젠 이별을 고할 순간이다. 축제는 화려했지만 막은 내려갔다.

한국 월드컵축구대표팀의 ‘캡틴’을 맡아 23명 태극전사들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산소탱크’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27일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 소리에 아쉬움과 허무함이 교차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마지막 월드컵을 끝냈다. 내리는 비가 온몸을 적셨다. 그는 “패한 경기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면서 “하지만 우리의 경기력을 보면서 세계 강호와 격차가 줄었다는 데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미지 확대


남아공월드컵 대표팀 해산을 앞두고 주장 완장을 놓게 된 소감에 대해선 “아직 대표팀 자체를 은퇴한 것은 아닌 만큼 나의 뒤를 이어 누군가 주장을 맡게 될 것”이라면서 “홀가분한 기분은 없다. 그냥 나의 월드컵이 끝났다는 생각에 아쉽기도 하고 후회도 된다.”고 말했다. “주장이 아니었을 때는 내가 보여줄 것만 보여주면 됐는데 주장을 맡으면서 다른 선수들이 잘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 왔다.”면서 “주장으로서 던진 나의 말에 모두 수긍해 준 동료들에게 감사한다.”고 했다.

반면 안정환(34·다롄 스더)과 이운재(37·수원)는 이번 대회가 마지막 월드컵이었다. 후배들과의 주전 경쟁을 뚫지 못하고 벤치만을 달군 채 쓸쓸하게 월드컵과의 인연을 마감했다. 최종엔트리에 든 건 행운이었지만 ‘조연’ 역할에 만족해야 했다.

‘반지의 제왕’ 안정환은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미국과의 동점골, 이탈리아와의 연장 골든골로 ‘4강 신화’ 창조에 앞장서는 등 월드컵 사나이였지만 이번 대회 단 1분도 부름을 받지 못했다. ‘월드컵 악연’이란 꼬리표를 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던 ‘비운의 스타’ 이동국은 12년 만의 월드컵 꿈을 이뤘지만 역시 허탈한 몸과 마음으로 아듀를 고했다. 이승렬(FC서울)과 박주영(AS모나코) 등 후배들의 틈을 비집고 나설 정도로 허정무 감독에게 믿음을 주지 못했다. 우루과이와의 16강전에서 마침내 출장 기회를 잡았지만 화끈한 한방을 끝내 터뜨리지 못했다.

통산 네 번째 본선 무대를 밟은 ‘백전노장 수문장’ 이운재(수원) 역시 세월의 무게를 실감했다.

안정환과 함께 한·일월드컵 4강 진출을 이끌었지만 주전 자리를 내주면서 이번 대회 모두 결장했다. ‘진공 청소기’ 김남일(33·톰 톰스크)과 ‘초롱이’ 이영표(33·알 힐랄)도 적지않은 나이에 후배들과 호흡을 맞췄지만 월드컵에서 퇴장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들이 남긴 뜨거운 열정과 진한 땀냄새는 후배들이 쓸 또 다른 월드컵 역사에 첫 줄로 쓰일 것이 확실하다. 이들의 월드컵이 아직은 끝나지 않은 이유다.

포트엘리자베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2010-06-28 16면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