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남아공월드컵 MVP는 ‘점쟁이 문어’?

진정한 남아공월드컵 MVP는 ‘점쟁이 문어’?

입력 2010-07-12 00:00
수정 2010-07-12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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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쟁이’ 문어가 끝내 월드컵 결승전에서도 무결점 플레이를 펼쳐 8전 전승을 거두었다.독일이 출전한 전 경기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하더니 스페인의 우승마저 맞혀냈다.

 이번 2010남아공 월드컵에서 전 세계의 축구팬들이 주목한 건 그라운드 위의 선수들뿐만이 아니었다.

 매경기 승리 팀을 맞히는 신통력으로 이목을 끈 문어 ‘파울(Paul)’은 이제 메시나 호나우두 못지않은 유명세를 타게 됐다.

 독일의 한 수족관에서 사는 이 족집게 문어는 독일의 조별리그 예선전부터 16강,8강,준결승전과 3-4위전 그리고 스페인과 네덜란드의 결승전까지 모두 8경기에서 승리 팀을 골라내는 신기(神技)를 발휘했다.확률로 계산하면 256분의 1.

 이 ‘문어 신탁(神託)’ 장면은 준결승전과 결승전을 앞두고 유럽 전역에 생중계 되면서 축구팬들은 또 다른 승부의 묘미를 즐겼다.

 이번 남아공대회에선 화려한 플레이가 실종됐다는 아쉬운 소리가 많이 들렸던 만큼 MVP를 아예 파울에게 주자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유명세를 탄 만큼 파울의 예언이 적중하면 할수록 돌아오는 비난도 거셌다.

 경기에서 패배한 국가의 팬들은 마치 이 문어의 선택을 받지 못해 경기에서 진 것처럼 언성을 높였다.

 한 독일인은 준결승전에 앞서 독일 대신 스페인 국기로 싸인 홍합을 선택한 파울의 점괘가 들어맞자 “프라이팬에 올려 먹어야겠다”는 살해 협박의 이메일을 파울이 사는 수족관에 보내는가 하면 각종 온라인 게시판과 언론사 웹사이트에는 ‘기름에 튀겨라’,‘빠에야(스페인식 볶음밥)’나 해먹자‘는 악성 댓글도 난무했다.

 이에 ’파울 효과‘를 단단히 누린 스페인은 총리까지 나서 ’파울 구하기‘에 나섰다.스페인 환경장관은 “이 문어를 ’위험에 처한 동물‘로 지정해 독일팬들이 먹어치우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며 한 술 더 뜨기도 했다.

 제2의,제3의 파울을 꿈꾸는 족집게 지망생도 세계 여러 곳곳에서 나왔다.

 호주의 한 악어 공원에 사는 악어 ’해리(Harry)‘ 역시 스페인이 독일을 누르고 결승에 진출할 것을 예상했다.

 해리는 물에서 뛰어나와 스페인 국기가 놓인 곳의 닭 근처에서 한참을 어슬렁거리다 먹어치웠는데 이는 스페인의 1-0 진땀승을 예언한 것이라고 해리의 소유주는 자신 있게 말했다.

 말레이시아에 사는 앵무새 ’미나 쿠티(Meena Kutti)‘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8살배기 쿠티는 평소에는 사람들의 미래를 알려주다 파울의 급부상을 보고 이에 질세라 월드컵 예언전에 뛰어든 것.

 주인의 말에 따르면 쿠티는 새장에서 나와 국기로 싸인 카드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승리팀을 맞힌다.쿠티 역시 스페인의 우승과 독일의 우루과이전 승리를 점쳤다.

 하지만 파울은 신예 ’해리‘,’쿠티‘와 본격적인 맞대결을 펼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어의 수명은 보통 3년.2살 반의 나이인 파울은 당장 2012년 유럽선수권대회(유로2012)에도 나가지 못하고 생을 마감할 가능성이 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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