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꽁초 버린 죄로 닷새 구류 산 겁쟁이 청년

담배꽁초 버린 죄로 닷새 구류 산 겁쟁이 청년

입력 2010-07-12 00:00
수정 2010-07-12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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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서울 73년 5월 27일호 제6권 21호 통권 제 241호]

E=담배꽁초를 길에 버린 죄로 5일 동안 구류처분을 받고 나온 사람 얘기는 어때?

A=담배꽁초를 버렸다면 새로 발효된 경범처벌 대상이니까 훈계방면 정도로 끝날 텐데 5일 구류란 무슨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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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그러니까 얘기가 되지.

지난 13일 이(李)모씨(29·서울 성동구 성수동 2가 251)는 친구 집에 갔다가 동대문구 신설동 「로터리」 근처에서 무심히 피우고 있던 담배꽁초를 길에 버렸다는 거야. 그런데 마침 지나가던 신설 파출소 순경 눈에 띄어 파출소까지 까지 같이 가게 됐지.

C=일단 파출소까지 가는 거야 당연하지.

E=그런데 이 젊은 양반이 평소부터 경찰을 몹시 두려워했던 모양이라, 파출소에 갈 때부터 살려달라고 애걸복걸하더니 정작 파출소에 들어서자마자 후다닥 도망을 쳐서 뒷담을 넘으려고 했다는 거야. 깜짝 놀란 경찰은 단순한 경범처벌 대상이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동대문 경찰서에서 차근차근히 조사해 보니 아무것도 아니더라는 거야.

아마 본시부터 겁이 좀 많은 사람이었던 모양이지. 그래서 적당한 시간에 훈계방면하려고 잠시 보호실에 넣어 두었더니 얼마 뒤에 또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어. 서 안이 발칵 뒤집혀지다시피 긴장된 가운데 수 10명이 동원돼서 찾아보았더니 글쎄 이 겁 많은 친구, 이번에는 보호실 안에 있는 화장실 천장에 기어 올라가 숨어 있더라지 않겠나.

A=어지간히 겁 많은 친구군.

E=그래서 경찰에서는 이렇다 할 큰 죄는 없지만 경찰관을 두 번씩이나 깜짝 놀라게 한 본보기로 5일 동안 구류했다가 내보냈다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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