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포럼 첫날 ‘금융개혁’ 격돌

다보스포럼 첫날 ‘금융개혁’ 격돌

입력 2010-01-28 00:00
수정 2010-01-28 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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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휴양지 다보스에서 열린 제40회 세계경제포럼에서는 첫날부터 ‘금융개혁’ 문제를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서방 정치 지도자들과 일부 경제학자들은 금융위기 재발을 막고 은행산업의 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강도 높은 금융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반면 대형은행의 최고 경영자들은 한 목소리로 “규제는 해법이 아니다”라며 ‘과잉규제’에 우려와 불만을 드러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주 대형은행의 규모 확장을 막고 위험도 높은 자기자본투자(PI)를 금지하는 내용의 은행산업 개혁안을 발표한 이후 상승하던 긴장이 스위스의 휴양지 다보스에서 표면화한 것이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오후 다보스포럼 개막연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은행개혁안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히면서 한층 강력한 규제를 주문했고, G20(주요 20개국)에서의 해법 모색을 제안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은행가가 할 일은 투기가 아니라 신용위험을 분석하고 채무자들의 상환능력을 평가하며, 경제성장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는 것”이라며 “금융업계가 부와 일자리 창출과 무관하게 과도한 이윤 추구와 보너스 지급을 지속하는 것은 더 이상 용인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도 오는 29일 다보스포럼 특별 메시지를 통해 세계 금융 체계의 개혁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비관적 경제전망으로 ‘닥터 둠’이라는 별명을 얻은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다보스포럼의 첫날 첫 토론에서 “은행규제에 관한 오바마 대통령의 제안은 궁극적으로 옳은 방향으로 가는 것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라며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분리 등 추가 조치를 제안했다.

루비니 교수는 “금융기관들의 이른바 ‘대마불사’ 신화는 깨져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朱民) 인민은행 부행장도 금융업계가 자기자본을 근거로 지나치게 높은 수익을 추구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다각적인 금융개혁 압박에 대해 세계 금융업계를 주도하는 대형은행의 최고경영자(CEO)들은 한 목소리로 반발하고 나섰다.

영국은행 로이드의 피터 레빈 회장은 “좋은 규제, 더 좋은 규제 다 좋다. 하지만 더 이상의 규제는 안된다”고 말했고, 영국 스탠다드 차터드 은행의 피터 샌즈 CEO는 은행산업이 정부의 규제와 감독으로 인해 이미 근본적으로 변화했다고 주장했다.

샌즈 CEO는 “대형은행들을 분리하면 경제회복에 도움이 될 것인가 하는 데 대한 분명한 대답은 ‘노(NO)’”라고 말했다.

독일 도이체방크의 요제프 아커만 회장은 “만약 정부가 시장을 과도하게 단속할 경우 우리는 모두 패자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 바클레이즈 은행의 로버트 다이아몬드 행장은 다보스포럼 첫날 토론에서 “은행을 위축시키고 규모를 줄이는 것이 해답이 될 것이라는 증거는 없다”며 “만약 은행이 위축되면 일자리와 경제, 특히 세계 무역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부정적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이콥 프렌켈 JP모건체이스 회장 역시 CNBC가 주최한 토론에서 과도한 정부 개입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교수는 루비니 교수와의 토론에서 “실제로 우리가 해야할 일 대신 당장 눈에 보이는 문제들을 공격하는 잘못을 범할 우려가 있다”며 “규제가 지나치게 가해지거나 너무 많은 알맹이를 깎아내버릴 수도 있다”며 대형은행들을 옹호했다.

전설적인 투자가 조지 소로스는 다보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오바마의 개혁안을 적극 지지한다면서도 시기적으로 너무 성급하다고 지적했다.

또 은행가들이 반발하는 데 대해서는 ‘음치’라고 혹평하면서 “그들은 지금 큰 실수를 하고 있다”고 말해 다소 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다보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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