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을 꿈꾸세요 삶이 즐거워집니다
우리투자증권은 요즘 ‘1등이 많은 회사’로 회자되고 있다. 소위 ‘1등 광고’ 때문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다른 대형사에 가려 몇 등인지 인식이 없던 회사였다. 브랜드 최초 상기도 조사에서도 ‘우리’라는 이름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외국계 은행·카드사와 자산운용사, 증권사 등 전 금융권을 두루 거친 황성호(57) 사장이 지난해 취임하면서부터 사정은 달라졌다. 최근 총자산, 채권 인수, 국내 기업 기업공개(IPO) 등 21개 부문에서 업계 1위를 달리고 있고 회사 주가도 1년 전보다 30% 이상 뛰었다.황 사장은 “어떤 수치보다도 우리도 1등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직원들에게 돌려줬다는 게 가장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1989년 다이너스클럽카드 한국지사장 취임 이후 줄곧 최고경영자(CEO)를 도맡아 온 그는 “조직이 꿈에 미쳐서 뛰게 만드는 게 CEO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고 했다. 그의 말처럼 모든 것은 꿈에서 비롯됐다.
“만나는 직원들마다 제가 묻습니다. ‘꿈이 뭐지? 그 꿈이 이 회사에 있어 없어?’ 감성적인 접근이지만 엄청난 파워를 냅니다. 자신의 꿈을 되돌아보고 그걸 회사의 꿈에 포개면서 왜 내가 이 회사에 다녀야 되는지 확실한 이유를 알고 강력한 동기를 불어넣는 거죠.”
황성호 우리투자증권 사장은 “회사와 사원은 꿈이 있어야 하고, 꿈을 심어 주는 게 사장의 역할”이라고 말하고 있다.
김태웅기자 tuu@seoul.co.kr
김태웅기자 tuu@seoul.co.kr
이후에는 ‘집중’으로 승부했다. 경쟁사에 비해 부족한 부분을 집요하게 추궁하고 성과를 낸 만큼 보상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황 사장은 모든 숫자를 우리투자증권보다 잘하는 경쟁사와 비교해 가져오라고 직원들에게 일렀다. “A사와 비교했더니 영업직원 300명이 모자라는데 이유가 없어요. 그냥 모자라는 겁니다. 왜냐고 물으면 잘 모르겠다고 합니다. 그럼 300명 뽑으라고 해놓고 계속 확인하죠.”
1등은 늘 부담스럽다. 그래도 황 사장은 1등을 고집한다. “2~3등 하고 편하게 살고 싶죠. 하지만 1등을 목표로 세우면 삶이 역동적이고 즐거워집니다. 꿈이 없는 사람은 절대 즐겁게 살 수 없거든요.”
외국계 금융회사에 오래 몸담은 ‘글로벌 마당발’에 해외 투자자와 직접 담판을 짓는 ‘영업형 CEO’인 만큼 해외시장 개척은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황 사장은 해외 사업에서 3년 안에 영업 수익 1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워 두고 있다. 그는 “지난 상반기까지 투자은행(IB)사업에 치우쳐 있던 동남아 지역에서 온·오프라인 브로커리지 사업을 추진해 해외 거점이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구조로 변신시켰다.”면서 “싱가포르 법인의 경우 설립 2년차인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지속적으로 흑자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도시장도 주시하고 있다. 앞으로 2~3년 내에 경제성장률 10%를 달성하고 인구증가율도 2025년에는 중국을 추월할 대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바탕에 깔려 있다. 황 사장은 “이달 말쯤 인도 재계 3위인 벌라그룹과 인도 주식형 펀드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동 이슬람채권 발행에 대비하기 위해 올 3월에는 카타르 이슬람은행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아직은 국내에서 초기단계인 헤지펀드 활성화에 대비해서도 점차 시동을 걸고 있다. 지난해 싱가포르에 1200억원을 들여 헤지펀드 투자전문 자회사를 설립한 데 이어 내년에는 국내에 헤지펀드 상품을 소개할 예정이다. 황 사장은 “채권형 헤지펀드의 경우 지난달 말까지 7% 이상의 수익을 기록했고 연말까지 10%대의 수익을 낼 것으로 보인다.”면서 “내년에는 이 펀드를 이용해 국내 기관투자자와 고액자산가들을 위한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황 사장은 국내 자본시장이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수준의 IB가 나오는 게 급선무라고 본다. 그는 “개인금융 자산 20조원에 국민연금 300조원, 기타 연기금에 기업체 돈까지 따지면 수천조원인데 이 돈을 어떻게 운용하고 관리하느냐가 국가적으로 큰 과제”라고 강조하면서 “정부에서는 이 돈을 관리할 금융산업의 주체를 키우고, 업계에서는 영역 간 역할 분담을 통해 승수 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플레이어에 버금가는 인재를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글로벌 회사가 센 이유는 어떤 딜이 나오더라도 전 세계 투자자에게 가서 연락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룹의 민영화라는 큰 이벤트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도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주인의식 때문이다. “민영화는 주주들이 하는 것이고 우리는 넘버원이 돼 있으면 됩니다. 우리가 1등이 돼 있으면 주주들도 좋겠지만 또 어디서 우리 회사를 넘보겠습니까. ‘그러면 새 주인이 오더라도 너희가 주인’이라고 직원들에게 늘 얘기합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1953년 경북 경주 출생
▲고려대 경영학과, 미국 코넬대 최고경영자 과정 졸업
▲89년 다이너스클럽카드 한국지사장
▲96년 한화 헝가리은행 행장
▲97년 씨티은행 북미담당 영업이사, 서울지점 이사
▲99년 제일투자신탁증권 대표이사
▲2004년 PCA투자신탁운용 사장
▲09년 금융투자협회 부회장, 우리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2010-10-13 1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