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이란 제재 불똥 튈까”… 기업들 노심초사

”이란 제재 불똥 튈까”… 기업들 노심초사

입력 2012-01-18 00:00
업데이트 2012-01-18 11:53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정유·전자·자동차 “피해 불가피…최소화 바랄뿐”

이란에 대한 제재에 동참하라는 미국의 요구가 거세지면서 국내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특히 원유 수입 일정 부분을 이란에 의존하고 있는 정유업계를 비롯, 중동진출에 힘을 쏟고 있는 전자·자동차 분야 업체들은 이번 사태가 교역 전면 중단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정부도 극단적인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 않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고 기업들에 약속하고 나섰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18일 “이란에 수출하는 국내 기업 2천300여개, 특히 대(對)이란 수출액 50% 이상인 기업(400개)이 어려움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며 “수출이나 수입이 전면 금지되지 않도록 미국과 긴밀히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발등의 불’ 떨어진 정유업계 = 산업계에서도 가장 애가 타는 곳은 정유업체들이다.

업체들은 이번 제재가 이란산 원유 수입 중단이라는 악재로 이어지지 않을까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가 수입한 원유물량 중 이란산이 8.32%인 726만 배럴을 차지하고 있다.

수입 업체는 SK에너지와 현대오일뱅크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지난해 원유 수입물량중 이란산이 20%를 차지하고 있다”며 “정부가 미국과 협상을 하는 만큼 피해가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란산 원유는 중질유(重質油)이다. 중질유에서 고부가가치 제품을 뽑아내는 고도화설비를 크게 늘린 이들 정유사로서는 자칫 이란산 원유를 들여오지 못할 경우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은 입장이다.

교역 전면 중단까지 이어지지 않더라도 수입 물량 축소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타격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이란산 원유의 수입 금지가 확산된다면 국제유가가 크게 오르면서 도입단가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란산 중질유는 다른 원유에 비해 저렴하기 때문에 다른 거래선과 계약을 체결하려면 더욱 많은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돼 정유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도 이란산 원유 수입이 전면 금지되면 다른 종류의 원유가 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수출 대기업들도 ‘진퇴양난’ = 전자와 자동차 등 대(對) 이란 수출을 하는 업체들 역시 경제적 손실이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란에 각각 지점과 현지 에이전시를 두고, TV와 가전, 휴대전화 등 대부분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 중 휴대전화는 양 사 합해 이란 시장 전체의 약 3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 미국의 이란 제재에 따른 피해가 클 것으로 업계는 예측하고 있다.

업체들은 현지 상황을 지켜보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응책을 세워나간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자동차 업계는 수출 중단 여부가 미국과 중동에서의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부담으로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미국이 국산 자동차의 주요 시장이므로 이란 제재에 동참하지 않으면 미국 내 판매에 악영향이 미칠 수 있고, 반대로 제재에 적극적으로 나서면 이란에서 수익을 포기하는 것은 물론이고 중동 전체에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5개사가 작년 1~11월 북미에 수출한 차는 69만8천820대였으며 중동 수출 물량은 56만1천332대였다.

이란에 투싼, 쏘나타 등 다양한 모델을 수출해온 현대기아차는 이란 수출시 미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압력을 행사해온 미국 반(反)이란·반핵 시민단체들 때문에 최근 수년간 골머리를 앓아 왔다.

한편 교역 중단이나 수출물량 감소 외에도 간접적인 피해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의 이란 제재로 달러 계좌가 막히는 바람에 공사 대금 일부를 원화로 받는 상황”이라며 “새 이란제재법이 국내 건설업체의 ‘돈줄’을 막는 간접적인 피해를 야기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대책 부심” = 지식경제부는 이란 제재에 따른 수출입 타격에 대비하기 위해 연초 이란대책반을 구성해 가동하면서 수출입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이란과의 교역액은 수출 72억 달러, 수입 113억 달러 등 총 185억 달러로 전년(115억달러)보다 60% 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작년 12월 이란에 대한 수출은 16억9천만달러로 전년 같은 달(4억6천만달러)보다 265% 늘어난 반면 수입은 7억2천만달러에 그치면서 무역수지는 역대 최대인 9억7천만달러 흑자를 냈다.

이같은 수출 급증은 연말 밀어내기 수출이 영향을 끼친 측면도 있지만 미국의 이란 제재 움직임이 본격화함에 따라 업계가 수출을 당긴 데 따른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수출길이 막히는 등 피해가 가시화하면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하고 수출선 다변화 지원 등의 대책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금융투자 소득세’ 당신의 생각은?
금융투자소득세는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의 투자로 5000만원 이상의 이익을 실현했을 때 초과분에 한해 20%의 금투세와 2%의 지방소득세를, 3억원 이상은 초과분의 25% 금투세와 2.5%의 지방소득세를 내는 것이 골자입니다. 내년 시행을 앞두고 제도 도입과 유예,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맞서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
일정 기간 유예해야 한다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