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 법정관리, 전략이냐 꼼수냐

웅진 법정관리, 전략이냐 꼼수냐

입력 2012-09-27 00:00
업데이트 2012-09-27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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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관리 신청후 행로에 촉각…회생 낙관론 우세

지주사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창사 32년만에 최대 위기에 봉착한 웅진그룹의 향후 진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룹이 해체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없지 않지만 법정관리를 위기 타개를 위한 적극적인 전략으로 본다면 회생이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자금난을 초래한 방만한 사업은 상당부분 축소·정리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웅진그룹 해체수순 밟나 = 업계 주변에서는 그룹 전체가 유동성 부족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해체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자금난 해소를 위해 추진하던 웅진코웨이 매각마저 중단돼 마땅한 돌파구를 찾지 못할 경우 팔 수 있는 계열사를 하나씩 팔아치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법정관리 신청을 극동건설에서 비롯된 자금난이 그룹 전체로 확산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전략적 대응으로 보는 시각이 더 우세하다.

당장은 현금이 바닥나 150억원 짜리 어음를 막지 못해 부도를 낼 정도로 단기에 유동성이 악화됐지만, 그룹 전체의 장단기 채무를 비롯한 재무구조는 그리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27일 공정거래위원회 제출 자료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웅진홀딩스, 웅진코웨이, 웅진에너지, 웅진씽크빅, 웅진케미컬 등 상장사 5곳을 포함해 14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웅진그룹의 계열사 자산총액은 10조5천600억원으로 이 가운데 부채총액은 7조1천410억원으로 부채비율은 약 200%다.

이는 정상 영업 중인 다른 대기업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양호하다는 평가다.

◇’전략적 대응’ vs ‘준비된 꼼수’ = 극동건설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지주사인 웅진홀딩스까지 포함시키고 그룹 총수인 윤석금 회장을 웅진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한 것은, 경영주의 책임지는 모습이자 사태 해결에 대한 자신감을 반영한 것이란 분석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법정관리 신청이 자금 압박을 못 견뎌서 한 것이 아니라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준비된 꼼수’라는 시각도 있다.

윤 회장이 합법적으로 경영권을 유지한 채 자구책을 마련하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 시나리오에 따라 법정관리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매각을 추진하던 알짜 계열사 웅진코웨이에 대한 미련 때문에 일부러 법정관리를 한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 같은 시각에도 법정관리를 신청할 만큼 웅진그룹의 재무상태가 나쁘지 않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웅진홀딩스는 자산총액 1조9천800억원에 부채비율이 130% 수준이지만, 극동건설에 제공한 3천억원 규모의 지급보증으로 인한 연쇄도산 우려 때문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 회생 낙관적…사업축소 불가피 = 승부수든 꼼수든 법원이 주관하는 회생절차를 통과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회생절차 조기 종결 제도인 ‘패스트트랙’ 방식을 적용해 회생절차를 최대한 단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이르면 내년 3~4월께 법정관리를 조기졸업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회생절차를 거치면서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확대한 웅진그룹의 8개 사업군 중 상당부분이 축소나 청산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출판과 화학섬유를 주력 사업으로 그룹을 재편한 뒤 과감한 재무개선을 통해 재기를 노릴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앞으로 웅진씽크빅(교육출판)과 웅진케미컬(화학섬유)이 그룹의 중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회생 과정에서 변수가 있을 수 있지만 웅진코웨이(생활환경)와 웅진폴리실리콘(태양광)은 이미 매각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관련 사업들은 축소나 정리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법정관리 사태의 발단이 된 극동건설을 매각해야 한다면 그룹 내 현금창출력 1위로 캐시카우 역할을 해온 웅진코웨이를 매각하지 않고 사태를 해결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법정관리 신청 직후 웅진코웨이를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1조2천억원에 팔려던 매각 작업은 전면 중단된 상태다.

하지만 웅진코웨이를 팔지 않고서도 재무구조 개선에 필요한 충분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많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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