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기조로 4%대 정기예금 비중도 머잖아 ‘0%’
연 5% 이상의 이자를 주는 정기예금 상품이 시중은행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연리 4% 이상의 정기예금이 전체 수신에서 점하는 비중도 1%대로 급감했다.
3일 한국은행의 ‘예금은행 금리수준별 여수신 비중’ 자료를 보면 2012년 8월 말 현재 신규취급액 기준 평균 수신금리는 연 3.19%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정한 기준금리(연 3.0%)를 겨우 웃도는 수준이다.
연 4% 이상 정기예금은 이젠 ‘고금리 상품’ 대우를 받는다. 이런 정기예금의 비중은 올해 8월 말 현재 1.6%에 불과하다.
4% 이상 정기예금 상품의 비중은 2011년 12월 말 32.4%에 달했다가 올해 들어 낮아졌지만 1월 28.5%, 2월 21.5%, 3월 23.9%, 4월 20.7% 등 20%대를 유지했다.
그러나 5월 들어 13.0%로 급격히 떨어지다가 6월에는 8.8%로 내려앉았다. 이후 7월 4.1%로 급격하게 줄더니 8월에는 1.6%로 주저앉았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4% 이상 이자를 주는 정기예금 상품 비중이 1%대인 것은 사실상 ‘제로’와 같다고 보는 게 맞다”고 전했다.
특히 5% 이상의 이자를 쳐주는 정기예금의 올해 8월 말 비중은 그야말로 0.0%다.
5% 이상 ‘고금리’ 정기예금 상품의 비중은 2011년 6월 1.2%였으나 이후 7월부터는 비중이 0.1%로 급격히 떨어져 이후 0.1%와 0.0% 사이를 오락가락하고 있다. 작년 7월부터 5% 이상 고금리 상품이 사라진 것이다.
최근 1∼2년 새 시중금리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한은의 기준금리는 지난 7월 한 차례 0.25%포인트 낮아진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동결됐다. 그런데도 고금리 예금상품의 비중이 작아진 것은 자금 사용처가 마땅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금융연구원 김영도 연구위원은 “시중에 유동성은 많지만 정작 은행이 자금을 굴릴 곳이 없어 고금리 상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금리 기조로 은행의 수익성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굳이 고금리 예금상품을 만들어 내놓을 유인이 없다는 것이다.
금융 소비자로서는 손안의 돈을 굴리기가 더욱 어렵게 됐다.
올해 10월 현재 시중은행에서 우대이율을 제하고 연 4% 이상의 금리를 주는 상품은 ‘전멸’ 수준이다.
최고금리로 알려졌던 산업은행의 KDB다이렉트 Hi정기예금마저 이달 2일 연 4.05%에서 3.80%로 0.25%포인트 내렸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4분기에는 4%대 정기예금마저 완전히 자취를 감출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4%를 넘는 상품은 은행에서 ‘가물에 콩 나듯’ 선보이는 특판이 대부분이다. 이마저도 내놓자마자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완판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민등록등본을 들고와서 가족 5명 모두 가입하겠다는 손님도 있다”고 말했다.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당분간 하락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영도 위원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은행 예금금리는 더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조만간 4%대 정기예금의 비중도 0%대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