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정지에 과징금까지…보조금 관행 ‘손보기’

영업정지에 과징금까지…보조금 관행 ‘손보기’

입력 2012-12-24 00:00
업데이트 2012-12-24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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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 과당경쟁, 시장 혼탁·소비자 차별·요금인상 요인 제공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U+) 등 이동통신 3사가 ‘과잉 보조금 경쟁’을 벌인 대가로 영업정지 처분과 함께 118억9천만원의 과징금이라는 초유의 제재를 받았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4일 전체회의를 열고 올 하반기 극심한 보조금 경쟁을 벌인 SK텔레콤에 영업정지 22일과 과징금 68억9천만원, KT에 영업정지 20일과 과징금 28억5천만원, LG유플러스에 영업정지 24일과 과징금 21억5천만원을 부과했다.

이통 3사가 영업정지와 과징금을 동시에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규 가입자 모집을 금지하는 영업정지의 경우 지난 2002년과 2004년 부과된 적이 있었다.

과징금 규모도 적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과징금만 처분했던 지난 해 9월 방통위는 SK텔레콤에 68억6천만원, KT에 36억6천만원, LG유플러스에 31억5천만원을 각각 부과했었다.

이 같은 강력 제재는 그만큼 보조금 폐단이 심각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방통위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휴대전화에 27만원 이상의 보조금을 지급하지 못하도록 규정해 놓고 있다. 특히 이통사는 방통위로부터 ‘최대 3개월의 신규 가입자 유치 금지 조치를 받을 수 있다’는 경고를 수차례 받았으나 이를 외면했다.

과다한 보조금은 시장 혼탁과 소비자 차별, 마케팅비 지출 상승 및 요금 인상 등의 악순환을 야기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9월 출고가가 90만원대 후반인 갤럭시S3의 판매가가 17만원으로까지 떨어졌을 때 갤럭시S3를 제값 주고 구매한 소비자들은 며칠 새 폭락한 가격에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스마트폰 예비 구매자들은 매장이 제시하는 판매가에 불신감을 느끼고 보조금을 더 많이 주는 매장을 찾아 발품을 팔아야 했다.

특히 번호이동 신청자가 늘면서 번호이동 전산망에 과부하가 걸리는 바람에 휴대전화 개통 지연으로 불편을 겪는 소비자들이 속출하는 ‘개통 대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시장 혼란이 극심해지자 방통위는 지난 9월13일 본격적인 시장 조사에 착수했으나 이통사는 보조금 경쟁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방통위 조사 망을 피해 수법을 교묘하게 바꿔 보조금 영업을 지속했다.

서류상으로 보조금 지급 기록이 남지 않도록 이통사 관리자가 대리점이나 판매점 직원들에게 휴대전화 문자 등으로 보조금 정책을 몰래 알리는 ‘히든(숨은) 보조금’이라는 변종 정책도 등장했다.

이 같은 극심한 보조금 경쟁의 결과 3사의 3분기 마케팅비(판매수수료+광고선전비)는 총 2조4천억원으로 작년 동기(1조7천120억원)보다 약 1.5배 증가했다. 반면 통신분야 영업이익은 대폭 감소했다.

이처럼 시장 불안정 현상이 지속되자 방통위 조사도 예정보다 길어졌다. 방통위는 당초 11월 초 조사를 마무리하고 12월 이통사에 대해 징계를 내리려고 했지만, 이통사의 배짱 영업으로 100일 가까이 이어졌다.

이통 3사는 일제히 “보조금 경쟁을 하고 싶지 않아도 경쟁사가 보조금을 올리기 시작하면 똑같이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방통위 조사 결과 지난 9월에는 KT가 보조금 경쟁을 촉발했으며,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가입자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맞대응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는 SK텔레콤의 경우 약정 기간 내 가입을 해지하면 위약금을 내야 하는 제도 도입으로 소비자의 불만을 사서, KT는 롱텀에볼루션(LTE) 경쟁에서 뒤져 타사에 가입자를 대서 빼앗겨서, LG유플러스는 아이폰5 미출시로 경쟁력이 약화해서 등의 이유로 각기 보조금 카드를 빼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통사는 시장이 포화돼 번호이동으로 타사의 가입자를 빼앗아 올 수밖에 없는 시장 환경과 지나치게 비싼 스마트폰 가격도 보조금을 투입하게 하는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출고가 거품 논란은 이통사가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출고가는 단말기 제조사와 이통사가 협의해 결정하며, 제조사와 이통사는 추후 보조금과 장려금을 투입할 것을 고려해 일부러 출고가를 높게 설정한다고 알려졌다.

일각에선 방통위가 보조금 금지 규정이 없는 데도 단순히 가이드라인만으로 이 같은 초강력 제재를 내린 것은 행정권 남용이라는 지적을 내놓는다.

국회는 휴대전화 보조금을 출고가의 30% 수준으로 제한하고, 가입을 해지한 소비자에게 위약금을 부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해 놓는 상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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