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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 공습’에 산업계 돌파구 마련 부심

‘엔저 공습’에 산업계 돌파구 마련 부심

입력 2013-01-24 00:00
업데이트 2013-01-24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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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부품· 철강 등 수출 경쟁력 하락 우려일본인 관광객 감소에 여행·항공업계도 직격탄

엔저 현상이 이어지며 국내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중반만 해도 100엔당 1천500원 선을 유지했던 원·엔 환율이 지난해 말부터 속절없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최근에는 1천200원선을 지켜내기도 쉽지 않은 모양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가격 경쟁력 하락이 우려되는 자동차·부품 등 수출 업종은 물론 일본인 관광객 감소로 홍역을 앓는 여행·항공업계에 이르기까지 업계 전반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 자동차 “일본과의 경쟁 버거워져” = 세계 주요 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는 국내 자동차 산업은 말 그대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엔저 현상이 이어지면 일본 차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는 만큼 세계무대에서 도요타·혼다 등 일본 업체와 경쟁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울산발전연구원 이경우 박사는 최근 발간한 ‘울산경제사회브리프’에서 최근 10년간 환율과 현대자동차 수출을 분석한 결과 엔화 가치가 1% 떨어지면 현대자동차 수출량도 0.96%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여기에 일본 등 해외로 부품을 수출하는 중소 업체에도 엔화 약세는 큰 위기가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자동차 업계는 환율 변동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환율 변동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고자 24시간 가동 중이던 환율 모니터링 체제를 강화했다.

또 결제 통화를 다변화해 환율 리스크를 줄여 나간다는 방침이다. 과거 결제비율이 높았던 달러를 줄이고, 유로화와 기타 통화를 점차 늘려 나가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가격 경쟁력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품질을 강화함으로써 브랜드 가치를 높일 계획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경제 전문가들도 향후 엔화 약세 기조가 고착화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품질 경쟁력을 높이는 등 ‘비가격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더 위험” = 전자업계를 비롯한 다른 수출 제조업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덩치가 큰 국내 전자 대기업들에 비해 자본력이 약한 수출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더 클 것이라는 예상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우 고급형 제품 위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어 엔저 현상으로 소니, 샤프 등 일본 전자업체들의 경쟁력이 세지더라도 피해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TV 분야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큰 격차로 세계 시장 1,2위를 달리고 있으며, 냉장고·세탁기 등 생활가전 분야는 일본이 아닌 미국·유럽 업체들과 경쟁하는 상황이다.

정작 문제가 심각한 것은 수출 중소기업들이다.

자본력이 약한 중소기업의 특성상 환리스크를 제대로 관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중소기업중앙회 설문데 따르면 수출 중소기업의 65.1%는 여건상 환리스크 관리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50만 달러 미만인 기업은 70% 이상이 환리스크 관리는 엄두조차 못 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상황이 이같이 악화하자 응답 기업들은 정부가 중점을 둬야 할 사안 1위로 환율 변동성 최소화를 꼽기도 했다.

이 같은 이상 환율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중소기업계의 위기감도 깊어지고 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최근의 원화 강세는 실물의 뒷받침없이 발생한 현상으로 시장의 자율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외환시장을 안정시키는 장치가 필요하다”며 “중소기업은 환리스크 관리와 수출 보험 등을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행·항공업계 “일본 관광객 보기 힘들어” = 엔화 가치가 떨어지며 일본인 관광객도 급감, 국내 관광·항공업계도 큰 타격을 입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이달 들어 한국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의 수는 지난해보다 20% 가까이 줄었다.

국내 주요 호텔의 객실 예약률도 점차 떨어지는 추세다.

한 특급호텔의 관계자는 “지난 9월 중국 국경절을 피크로 이후에는 외국인 숙박객이 계속 줄고 있는 상황”이라며 “최근 일본인 숙박객은 정말 찾아보기 힘들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관광공사 측은 엔저 현상이 계속되는 만큼 국내 관광관련 업체들이 일본인 대상 가격할인을 많이 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관광공사의 한 관계자는 “국내 숙박료가 워낙 높아 일본인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최근 일부 호텔들을 중심으로 할인상품을 많이 내놓고 있어 효과가 곧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업계에서도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 독도 방문 이후 감소세로 돌아선 일본인 관광객이 환율 문제까지 겹쳐 계속 하향세를 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한항공은 1월들어 일본인 탑승객이 작년보다 20% 가량 감소했다고 전했다.

반면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인의 증가폭은 7%에 그쳤다.

다만 여행업계에서는 엔저 현상이 지속되면 일본 방문 한국인이 계속 늘어 격차가 좁혀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항공사들은 4월 말~5월 초 일본 골든위크 연휴에 맞춰 학생 등 단체 여행객을 국내로 적극 유치하고 한국인 일본 관광 수요를 대상으로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등 연초 부진을 만회할 계획이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골몰’ = 엔저 심화로 한국 기업의 피해가 현실화하면서 코트라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코트라 관계자는 “일선 수출 현장에서 아직은 구체적으로 애로사항이 들어온 것은 없다”면서도 “현재 단기는 물론 중장기 대책을 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트라는 엔저로 특히 중소기업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하고 중소기업에 맞춘 대응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일본 기업인들은 올해 엔-달러 환율이 85엔 전후, 국내 전문가들은 90~100엔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며 “당장 급하게 떨어지기보다는 오는 6월까지 80~90엔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식경제부와 한국무역협회도 현재 엔저에 대비한 환관리지원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여기에는 무협-무역보험공사 공동 환변동 보험 지원, 전국 순회 환관리설명회 등이 포함됐다.

지식경제부 조영태 수출입과장은 “현재는 엔저 현상이 다소 주춤한 상태”라며 “외화수급현황을 보더라도 앞으로는 급격히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수출 업종을 중심으로 어려움을 겪는 업체들이 많은데, 기업들의 피해가 최소화하도록 정부도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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