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리그’ 친족기업 일감 몰아주기 백태

‘그들만의 리그’ 친족기업 일감 몰아주기 백태

입력 2013-02-05 00:00
업데이트 2013-02-05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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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일감 독식에 중견ㆍ중소기업 먹거리는 실종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총수의 친족기업 간 거래 공시를 추진하는 것은 사주 일가 기업끼리 이뤄지는 은밀한 편법 거래가 만연한 때문이다.

친족기업 간 일감 몰아주기에는 대기업이 창업 1세대에서 분사한 친인척 보유의 기업과 거래함으로써 법망을 교묘하게 피하는 수법이 주로 활용됐다. 한 지붕 밑에 있는 계열사 간 거래에서 한 걸음 더 진화한 편법이다.

현대자동차는 정비 가맹점 ‘블루핸즈’에 매장 리뉴얼을 강요한 탓에 지난해 10월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다.

리뉴얼 과정에서 현대차는 블루핸즈 가맹점에 특정업체의 책상, 의자, 소파 등을 사서 쓰도록 했다.

그 특정업체는 바로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조카이자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사촌인 정지선씨가 회장으로 있는 현대백화점그룹의 계열사 리바트였다.

그러나 공정위는 “리바트가 현대차그룹 계열사가 아니므로 일감 몰아주기로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현대차와 리바트의 거래는 친족기업 간 일감 몰아주기의 대표 사례다.

창업주에서 2세, 3세, 4세로 이어지면서 재벌그룹은 수많은 형제, 삼촌, 사촌 등 친인척을 거느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들이 경영하는 기업은 해당 재벌그룹과 직접적인 지분 관계가 없어 계열사로 편입되지 않은 ‘친족기업’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친족기업이 모그룹의 일감을 하나둘씩 나눠갖다 보면 정작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의 먹거리는 사라지고 만다. 친족기업 일감 몰아주기의 심각성이 여기에 있다.

LG그룹의 친족기업인 희성전자를 보면 모그룹의 지원을 받는 기업이 얼마나 급성장하는지를 여실히 알 수 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두 동생인 구본능씨와 구본식씨가 지분 70%가량을 보유한 희성전자는 2000년 매출이 684억원에 지나지 않았다.

이후 그룹의 전폭 지원에 힘입어 LCD 패널의 핵심 부품인 BLU(백라이트유닛)를 LG디스플레이에 대량 납품하면서 회사는 급성장했다.

2011년 매출은 1조2천800억원, 국외 계열사를 포함한 연결기준매출은 무려 3조6천억원에 달한다. 10여 년 만에 매출이 수십 배 수준으로 늘어났다.

친족기업 일감 몰아주기는 그룹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려 할 때도 긴요하게 쓰인다.

현대차그룹 계열 물류기업인 현대글로비스는 매출에서 그룹 내부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1년 기준 45.2%에 달한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 대상(내부거래 비중 30% 이상)에 해당하는 수치다.

그런데 글로비스는 최근 현대중공업의 자회사인 현대오일뱅크와 1조1천원 규모의 원유 장기운송계약을 체결했다. 그룹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려는 글로비스에는 상당한 도움이 된 셈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해 휴대전화 부품 제조ㆍ유통업체인 영보엔지니어링㈜이 삼성그룹의 친족기업으로 특혜를 받고 있다며 부당지원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기도 했다.

영보엔지니어링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조카인 김상용씨가 지분 29.6%, 김상용씨의 모친인 이순희씨가 지분 13.0%를 보유한 기업이다.

이러한 친족기업 간 일감 몰아주기는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그룹 계열사 간 거래와 같은 의무공시 대상이 아니어서 매우 은밀하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친족기업 간 거래의 공시를 의무화하려는 것도 이런 악습을 근절하고 일감 몰아주기의 실상을 더욱 자세히 파악해 강력히 제재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공정위 고위관계자는 “친족기업 간 일감 몰아주기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매우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것이 사실이다”며 “공정거래법을 고쳐 제재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경제민주화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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