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低… 환란 때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급락

엔低… 환란 때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급락

입력 2013-02-08 00:00
업데이트 2013-02-08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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円(엔) 내리면 열리는 위기의 門

“30년 넘게 국제 금융을 하다 보니 본능적으로 생겨난 두려움이 있다. 바로 엔화 약세다. 과거 환란과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기 직전에도 어김없이 원·엔 환율이 단기간에 급락했다.”(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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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의 공격적인 돈 풀기로 원·엔 환율이 계속 떨어지자 경제관료들 사이에서 ‘데자뷔’(이미 본 듯한 느낌)란 말이 나오고 있다. 엔화 약세의 충격이 과장됐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지만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원·엔 환율이 급락했다는 점을 들어 또 다른 위기의 ‘전주곡’일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7일 재정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오후 3시 서울외환시장에서 원·엔 환율이 100엔당 1163.67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28일의 1236.38원보다 70원 넘게 떨어졌다. 같은 해 6월 1일(1506.52원)과 비교하면 22.8%나 하락했다.

환란 직전에도 그랬다. 1995년 2분기 평균 904.9원이던 원·엔 환율은 1997년 1분기 714.9원으로 26.6% 떨어졌다. 이 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평균 6.1%였다. 원·엔 환율이 안정됐던 1993년 1분기부터 1995년 2분기까지 평균 성장률이 7.9%였던 것과 비교하면 성장률이 1.8% 포인트나 깎였다. 같은 기간 경상수지 적자 폭도 분기당 평균 6억 1000만 달러에서 46억 5000만 달러로 대폭 커졌다. 이는 결국 1997년 12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이라는 굴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이후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던 원·엔 환율이 다시 요동친 것은 2007년이다. 그해 2분기에 100엔당 1000원 선이 무너지며 769.9원까지 급락했다. 2003년 4분기(1085.6원)와 비교하면 엔화 대비 원화 가치가 41%나 급등했다.

2001년 1분기부터 2003년 4분기까지 GDP 성장률은 평균 5.7%로 당시 세계경제 성장률 3.4%를 크게 앞질렀다. 하지만 2004년 1분기부터 2007년 2분기까지 성장률은 4.6%로, 같은 기간 세계경제 성장률(5.0%)에 못 미쳤다.

엔화 약세는 자동차, 정보기술(IT) 등 일본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업종에서 우리 기업의 가격 경쟁력 약화를 가져온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최근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출 중소기업의 절반 가까이(41.4%)가 ‘엔저로 피해를 입고 있다’고 응답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원·엔 환율이 1% 하락하면 우리나라 총수출이 0.92%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엔저 쓰나미’가 과거보다 더 셀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주요 50대 수출품목 중 한·일 중복 비중이 2000년 20%에서 지난해 52%까지 치솟은 점 등을 들어서다.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엔 환율 급락 등으로 올해 경상수지 흑자 예상치인 300억 달러를 고스란히 까먹으면서 하반기에 성장 둔화에 따른 위기가 올 수 있다”면서 “신축적인 금융거래세 도입 등 거시건전성 규제를 강화해 엔저 추세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2013-02-0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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