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 강화?… 뚜껑 여니 “파급력 제로”

금산분리 강화?… 뚜껑 여니 “파급력 제로”

입력 2013-02-26 00:00
업데이트 2013-02-26 00:24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국정과제 모호한 발표… 국회 상정법도 수정해야 할 판

이미지 확대
‘6조원 VS 600억원’

후보 시절 공약보다 강화됐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금산분리 정책이 “사실상 파급력 제로”라는 지적이 나왔다. 표면적으로 금융계열사의 비금융계열사 경영권 참여 제한을 강화한 듯하지만, 실제 경영에 영향을 받는 기업이 삼성 계열 4곳에 불과한 데다 줄어드는 의결권 대부분은 1% 포인트 이하 수준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평소 밥을 세 끼 먹던 사람에게 ‘이제부터 다섯 끼 아래로 먹자’고 주문한 뒤 규제를 강화했다고 선전하는 꼴”이라고 혹평했다.

이런 비판은 삼성전자 의결권 유지를 위해 삼성그룹에 5조 9046억원(25일 종가 기준, 주당 153만원)이 필요하다는 재계 주장과 사뭇 다르다. 경제개혁연구소의 이은정 회계사는 25일 “재계 계산은 금융계열사 의결권이 이미 포괄적 규제를 받고 있다는 점을 무시한 셈법”이라면서 “금융계열사 합산 의결권을 5% 이내로 제한하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발표에 따라 삼성그룹이 추가로 효력을 잃어 버리는 삼성전자 의결권은 0.03% 포인트”라고 일축했다. 0.03% 포인트를 재계 계산법에 따라 금액으로 환산하면 676억원 규모다.

박 대통령의 금산분리 정책에 따라 계열사 의결권 지분이 축소되는 기업은 삼성전자 외 3곳이다. 호텔신라 의결권이 4.73% 포인트(15.00%→10.27%), 삼성물산은 0.37% 포인트(15.00%→14.63%), 제일모직이 0.36% 포인트(7.91%→7.55%) 줄어든다. 이를 주가로 환산하면 각각 871억원, 377억원, 207억원이다. 삼성 4개 계열사를 모두 합쳐도 2093억원이 필요하다.

변화가 미미한 이유는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라 포괄적 의결권 제한을 받아 온 금융계열사들이 5% 이상 계열사 지분을 갖는 데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현 공정거래법은 특수관계인과 금융계열사 지분을 합쳐 15% 이상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건희 회장 등 특수관계인과 금융계열사 보유 의결권이 19.86%이지만, 이 중 삼성생명 등 금융계열사가 보유한 지분 중 4.96%는 그 동안에도 의결권을 포기해 왔다.

인수위가 발표를 모호하게 해 금산분리가 강화된 것처럼 보이게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21일 국정과제를 담은 인수위 활동백서에는 ‘금산분리 강화’라는 문구가 명시됐지만, 구체적 수치는 누락됐다. 물론 인수위가 발표한 금산분리 정책보다 포괄적 규제인 공정거래법상 규제가 이미 시행되고 있다는 설명도 생략됐다. 오히려 박 대통령의 금산분리 정책이 확정됨에 따라 국회에 상정된 관련 법은 강도를 낮춰 수정될 처지에 놓였다. 당초 여당 내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은 현행 공정거래법의 의결권 제한 규정 15%를 5%로 줄이는 법안을 제출했었다. 이 법안대로라면, 삼성전자 의결권이 현행 15.00%에서 9.97%로 줄어드는 등 삼성 내 5개사가 3~10% 포인트씩 의결권 추가 제한을 받아야 했다. 법안을 대표발의했던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 측은 “인수위 안에 따라 법안이 수정될 것”이라고 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2013-02-26 21면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