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경제 ‘큰 줄기’ 가짜석유 불법 실태 밝혀질까

지하경제 ‘큰 줄기’ 가짜석유 불법 실태 밝혀질까

입력 2013-02-27 00:00
업데이트 2013-02-27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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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에서 판매까지 전 유통과정 문제점 드러날 것”

국세청이 가짜 석유를 지하경제 양성화의 첫 표적으로 삼았다. 가짜 석유가 우리 사회에서 뿌리깊고 지하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한국석유관리원 추정으로는 가짜 석유로 인한 탈세규모는 연간 1조원에 이른다. 이 돈은 탈세에 그치지 않고 여러 단계를 거쳐 지하경제로 유입돼 각종 불법사업 자금의 원천이 된다.

가짜 석유 불법유통혐의자 66명을 조사하면 탈세한 돈이 어디로, 누구에게 흘러가는지를 파악하게 돼 굴비 엮듯 탈세범들을 색출할 수 있어 것으로 기대된다.

◇가짜 석유 왜 문제인가

가짜 석유는 차량·기계 연료로 사용하는 것으로 경유에 등유를 섞거나 정상 석유제품에 시너 등 용제, 메탄올, 톨루엔 등을 혼합하는 수법으로 만들어진다.

메탄올, 톨루엔 등은 인체에 치명적인 유해물질이 담겨 있어 현기증, 구토, 마비 증세를 일으키고 대기오염을 악화한다. 실제 알코올이 함유된 가짜 휘발유는 정상제품보다 일산화탄소 2.5배, 벤젠 5배, 톨루엔 12배의 유해가스를 방출한다.

자동차 연비·출력을 2~7%가량 감소시키고 엔진고장을 유발한다. 2003~2008년 8월 가짜 휘발유·경유 사용으로 57건의 자동차 화재·폭발사고는 신고됐다.

경제 측면에서는 정상제품의 유통 방해로 교통세 등 세수 감소를 유발하고 가공·위장 세금계산서 수수행위가 빈발해 사회 정의를 저해한다.

이 때문에 정부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에서 가짜 석유를 엄격히 제한한다. 사용자에는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제조·판매자에게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조세포탈 시에는 조세범처벌법 위반으로 3년 이하 징역, 포탈세액의 5배 이하 벌금을 물어야 한다.

가짜 석유는 사회 곳곳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유류 판매가의 절반 정도가 세금으로 돼 빼먹을 돈이 많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주유소에서는 1ℓ를 팔 때 50~100원 남는 정상 제품보다 가짜 석유를 팔 때 남는 이익이 커 유혹의 손길을 뿌리치기 어렵다.

유재철 국세청 소비세과장은 “소비자들이 모르는 사이에 가짜 석유가 우리 사회에 상당히 퍼져 있다”고 설명했다.

◇국세청 “돈 흐름도 살펴보겠다”

국세청이 최근 영남지역에서 적발한 탈세 사례를 보면 가짜 석유 문제의 단면을 볼 수 있다.

A업체는 시너 등 희석제 제조업으로 위장 등록해 용제 도매상으로부터 값싼 용제를 대량으로 사들여 휘발유 등과 혼합하는 방식으로 가짜 석유를 만들어왔다. 단속에 대비해 공장에 CCTV를 설치하고 야간이나 주말 시간을 주로 이용했다.

이 업체는 130억원어치의 용제를 사서 만든 가짜 석유를 인근 주유소 등 유류 소매상에게 자료 없이 340억원에 팔았다. 판매 대금은 종업원 명의 차명계좌로 관리했다.

국세청은 A업체에 교통세 등 190억원을 추징하고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고발조치했다.

수도권의 주유소인 B사는 석유대리점으로부터 경유와 등유를 구입해 주유소에서 섞어 가짜 경유를 만들었다. 가짜 경유는 운수·중기사업자에게 주문 배달하거나 중개상을 거쳐 다른 주유소 등 유류소매상에게 팔렸다. 판매대금은 35억원 정도다.

B사는 국세청으로부터 16억원을 추징당했다.

국세청은 사례 분석 결과 업체들이 ℓ당 700원가량의 교통세, 부가가치세 등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파악했다.

김형환 조사 2과장은 “이번 조사가 이뤄지면 가짜 석유의 제조에서 판매까지 전 유통과정의 문제점이 드러날 것”이라며 “가짜 석유 유통을 끝까지 추적해 엄정하게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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