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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1천명 채용하던 은행, 이제는 200명도 안 뽑아

한해 1천명 채용하던 은행, 이제는 200명도 안 뽑아

입력 2013-06-19 00:00
업데이트 2013-06-19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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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 악화에 인터넷뱅킹 발달까지…인력·지점 수요 갈수록 줄어

“아무래도 아쉽죠. 어떻게 보면 억울하기도 하고. 1년만 일찍 태어났어도 취업하기 훨씬 쉬웠을텐데…”

18일 신한은행 RS(리테일서비스)직군 신입행원 채용의 마지막 관문인 최종면접을 보고 나온 한 20대 여성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약 2년 전부터 은행 취업을 준비해왔다는 이 여성에게서 강도높은 면접을 치르고 나온 홀가분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신한은행의 올해 상반기 채용 규모는 200여명. 계약직을 포함해 400여명을 뽑았던 작년의 ‘반토막’ 수준이다.

이 여성은 “채용 인원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해서 지원자가 그만큼 줄지는 않는다”면서 “합격하고 나면 기쁨이 두 배가 될지 모르지만 지금은 너무 불안하다”고 말했다.

고속성장을 거듭하던 1990년대 초반, 국민은행의 신입행원 채용 규모는 1년에 약 1천명이었다. 올해에는 그 5분의 1에도 못 미치는 200명 미만에 머무를 전망이다.

다른 은행들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신한·국민·농협·우리·외환은행의 올해 상반기 총 채용 규모는 901명. 지난해 상반기 1천693명의 53% 수준에 불과하다.

은행들이 채용 인원만 줄인 게 아니다. 영업지점을 축소하고 본사의 인력도 감축하는 등 전반적인 ‘조직 슬림화’를 꾀하고 있다.

은행들이 이처럼 ‘내핍경영 전략’에 들어간 근본 원인은 예대마진 축소와 대기업 부실 등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다.

국내은행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8천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조3천억원에 비해 44.9%(1조5천억원) 줄었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익성 악화와 성장 정체로 인력 수요가 갈수록 감소하는데다 계약직의 정규직화로 인건비 부담 또한 커지면서 신규채용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사람이 하던 일을 기계가 대신 하는 시대 변화도 크게 작용했다.

간단한 은행 업무를 보기 위해 지점을 찾아가면 창구 직원들도 ATM(현금 자동 입출금기)을 이용하라고 권한다.

1976∼1995년 국민은행에서 근무한 김인행(59·여)씨는 “과거에는 공과금 관련 업무를 일일이 직원이 맡아 했다. 일이 너무 많아 공과금 파트로 인사 발령이 나면 여직원들이 엉엉 울곤 했다”며 “이젠 그 일도 ATM이 모두 처리하니 그만큼 직원이 덜 필요하다”고 말했다.

1970·80년대에 60∼70명 정도의 직원이 일하던 규모의 지점에 요즘에는 10여명의 직원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김씨 설명이다.

더구나 인터넷뱅킹마저 워낙 발달한 덕에 고객들이 은행 업무의 90% 이상을 ‘비대면 채널’(인터넷뱅킹과 ATM 등 은행 직원을 대면하지 않는 채널)을 이용해 처리하는 실정이다.

비대면 채널의 성장은 은행 지점의 축소로 이어직고, 지점의 축소는 신규 채용의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앞으로 수년 간 이어질 것이라고 은행 관계자들은 전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 빙하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경영상의 어려움이 산적해 있다”며 “여기에 IT 기술 등의 발달로 인한 인력 수요 축소까지 생기니 어쩔 수 없이 역성장 전략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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