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조 재원마련 숙제…차기정부 부담 커졌다

124조 재원마련 숙제…차기정부 부담 커졌다

입력 2013-07-05 00:00
업데이트 2013-07-0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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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사업 구체화되면 늘 수도…민간투자 확대 두고 논란

5일 정부가 박근혜 대통령의 106개 지역공약에 대한 이행계획을 발표하자 재원 마련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중앙 공약 이행을 위해 135조원을 조달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지역공약까지 모두 추진할 경우 재원조달이 제대로 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등은 사업계획부터 실제로 돈이 들어가는 착공까지 수년의 기간이 필요한 점을 고려할 때 상당수 신규 SOC 투자 사업은 박근혜 정부 임기 후반부에 들어서야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정부로서는 재정적으로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차기 정부로 넘기는 짐이 크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주요 재원조달 방식 중 하나로 민간투자 활성화를 든 것과 관련해 민간투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은 점과 재정에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지역공약 소요재원 124조…신규사업 비용 늘어날 수도

106개 지역공약은 다시 이를 뒷받침하는 167개 공약사업으로 나뉜다. 이미 해당 지역에서 사업을 시작한 계속사업이 71개, 신규사업이 96개이다.

정부는 이를 모두 이행하는데 총 124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선 이미 사업이 추진 중인 계속사업의 소요재원은 40조원 수준이다.

계속사업은 이미 사업계획이 수립됐기 때문에 2013∼2017 국가재정운용계획과 내년도 예산안에 재원소요를 반영해 기존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국비 기준으로 보면 올해까지 8조3천억원(2013년 3조원)이 집행되며 2014∼2017년 기간 11조4천억원, 박근혜 정부 임기 이후인 2018년부터는 6조3천억원이 들어가 총 26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정부는 추산한다.

계속사업만 두고 본다면 박근혜 정부 임기 기간 지역공약 이행에 소요되는 국비는 총 14조4천억원으로 크게 부담되는 수준은 아니다.

계속사업 가운데 공약가계부 재정소요와 겹치는 사업도 6조원가량 된다.

문제는 신규사업이다. 96개 신규사업은 아직 사업내용이 구체화돼 있지 않아 재원소요 계획조차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전체사업을 모두 추진한다고 가정할 경우 국비와 지방비, 민자를 합친 총사업비가 84조원에 달할 것으로 정부는 추산했다.

국비, 지방비, 민자 등 재원 간 분담비율은 물론 연차별 소요계획은 사업내용이 구체화돼야 확정할 수 있다.

사업계획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사업이 지체되거나 예산소요액이 추가돼 총 재정소요가 124조원보다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차기정부 부담 전가 가능성…지자체도 추가부담 회의적

현 정부의 지방공약 이행 계획을 세우더라도 결국 실질적인 재원 부담은 차기 정부가 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업추진 과정이 길고 복잡한 SOC 사업의 경우 사업 착수까지 수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SOC 사업의 추진과정은 예비타당성 조사와 기본계획 수립, 기본설계, 실시설계, 착공 등의 단계로 이뤄지는데 철도사업 등 재원소요가 큰 사업일수록 사업착수까지 통상 5년 이상이 소요된다.

박근혜 정부 임기 후반부에 들어서야 비로소 사업이 시행되거나 아예 사업 착수조차 못 하는 사업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사업기간이 10∼15년으로 길게 소요될 경우 재원소요가 분산되는 점도 후임 정권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결국 생색은 현 정부가 내고 짐은 차기 정부가 질 공산이 크다.

방문규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대형 토목공사는 물리적으로 단기에 할 수 없다”며 “국가적으로 필요한 사업이라면 다음 정부에서도 필요하다고 보는 만큼 필요한 절차를 거쳐서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자체의 재원 부담이 확대되는 점도 문제다.

무상보육 등 복지재원 소요 증가로 지자체의 재정여건이 열악해져 배분 여력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중앙정부도 공약재원 마련으로 재정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SOC 투자가 많은 지자체의 경우 심각한 재정난을 겪을 우려가 있다.

◇민간투자 활성화로 재원 마련…회의적 시각도

SOC 세출 절감 상황에서 거대한 중앙·지방 공약을 이행하고자 정부는 민간 자본을 활용하는 대안을 내놨다.

신규사업은 물론 이미 재정으로 추진 예정인 사업도 민간투자를 타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민간투자 제도를 개선하고 정부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민간투자 확대 방식으로 공약재원을 조달하는 것에 비판적인 시각이 많다.

최소운영수입보장(MRG) 조항으로 재정부담이 늘고 민자도로의 비싼 통행료 탓에 SOC 민간투자에 부정적인 여론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민자투자 방식의 부작용을 우려해 신중한 접근을 바라고 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민간투자로 해서 민간 쪽에서 마이너스가 나게 되면 정부는 어떤 식으로든 또 보전을 해줘야만 한다”며 “정부는 현재 재정부담을 미래로 돌리는 것일 뿐 근본적인 재정지출 차이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충실히 해서 지방 SOC 사업 중 불필요하거나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사업은 아예 시행을 안 하는 것이 낫다”며 “결국 비용은 세금에서 나갈 텐데 민자로 넘길 일은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각종 인센티브를 통해 민간투자를 유치하려다 보면 정부 부담이 되려 늘어날 수도 있다”며 “민간투자를 활성화한다고 해도 경기 여건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에 목표치를 단기간에 채울지도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이밖에 정부의 대책이 업계의 요구사항을 미약하게 반영해 민간투자를 활성화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석준 기재부 제2차관은 “민자사업 활성화는 국민의 인식전환이 우선돼야 할 것”며 “현재 수익성이 나온다고 보는 민자사업도 잘 안되는 만큼 민자사업을 많이 발굴하는데 방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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