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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르는 거래소 전산사고… “믿고 거래 못하겠다”

잇따르는 거래소 전산사고… “믿고 거래 못하겠다”

입력 2014-02-14 00:00
업데이트 2014-02-14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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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벌써 네 번째…원인파악 못하고 책임만 전가

14일 국고채 3년물 매매거래가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한국거래소의 전산관리 능력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거래소 전산 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한 것은 작년부터 벌써 네 번째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선 거래소를 믿고 거래를 할 수가 없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 잊을 만하면 터지는 전산사고

이번에 문제가 된 국고채 매매체결 시스템도 처음 사고를 낸 것이 아니다.

해당 시스템은 지난 2012년 2월13일에도 오류를 일으켜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40분까지 4시간 동안 국고채 5년물 거래가 멈췄고, 오후 2시40분부터 장 마감까지는 10년물 거래가 되지 않았다.

당시 장내거래가 사실상 마비되자 시장 참가자들은 전원 장외시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불편함을 겪었다.

2009년 3월에는 채권시장 관련 데이터 제공이 사흘 넘게 ‘먹통’이 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작년에는 한 해 동안 무려 세 건의 사고가 잇따라 터졌다.

작년 7월15일에는 코스피 지수가 한 시간여 동안 지연 전송됐고, 이튿날인 16일에는 야간선물 및 옵션거래가 3시간 이상 마비됐다.

그럼에도 거래소 전산 담당 자회사인 코스콤은 사고 이후 며칠간 정확한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해 빈축을 샀다.

같은 해 9월 12일에는 거래체결 시스템의 오류로 유가증권시장 상장주권 26개와 선박투자회사 1개, 상장지수펀드(ETF) 3개, 신주인수권증권 2개, 주식워런트증권(ELW) 151개의 거래체결이 55분 동안 지연되는 사고도 있었다.

◇ 한국거래소 “시장참가자의 비정상적 입력이 원인”

한국거래소 측에서는 이번 사고가 시장참가자의 ‘비정상적인 주문 입력’ 때문이라며 책임을 전가했다.

이규연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무는 “오늘 발생한 장애는 시장참가자의 비정상적인 주문 입력으로 거래소 주문 시스템이 정상 처리하지 못하고 다운돼 장애가 일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비정상적인 주문 입력’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정보기술(IT) 팀이 파악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일각에서는 거래소가 새로 개발한 시장거래시스템 ‘엑스추어플러스(EXTURE+)’의 모의실험이 이날 사고의 원인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내달 3일 엑스추어플러스 시행을 앞두고 이번 사태가 터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채권 딜러는 “엑스추어플러스는 체결 창이 여러 개여서 실제로 매매할 때 무거운 느낌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거래소 측에서는 이런 해석을 부인하고 있다.

이 상무는 “이번에 장애가 발생한 시스템은 엑스추어플러스와 무관한 것으로, 지난 2005년에 구축된 별도의 시스템”이라고 해명했다.

한국거래소는 일단 이날 사고로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외국인 투자자에게는 시스템 장애가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이날 오전 9시 18분부터 국채 3년물 매매체결에 장애가 발생했는데 그 직후인 오전 9시 30분에 외국인이 3년 만기 국채선물을 1천934계약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 “코스콤이 문제”…거래소, 해외 IT기업과 계약 검토

거듭되는 사고를 계기로 코스콤의 금융 IT 역량을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거래소는 역량 부족을 이유로 앞으로의 IT 개발 사업을 코스콤이 아닌 해외 IT업체 등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 예산을 30% 이상 감축하고 경영을 합리화하는 과정에서 코스콤의 운영에 상당한 문제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거래소 핵심 관계자는 “예컨대 IT인력 등급의 경우 여타 공공기관의 경우 S급이 없거나 한 명이 있는 정도인데 코스콤은 전원 S급으로 책정해 임금을 지급하고 있었다”면서 “이 문제만 해결해도 100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엑스추어플러스 개발을 위한 프로그래밍 언어인 C++를 사용하는 인력이 없어 사실상 모든 프로그래밍 작업을 외주에 맡기고 있다고도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 밖에도 업무 중복 등 다양한 문제가 밝혀졌다”면서 “IT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잃고 IT 관리 기업으로 전락한 것이 아닌지 의심되는 상황이라 이후 IT 개발 사업 등을 코스콤이 아닌 외부 업체에 맡기는 충격 요법까지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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