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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시장 개방에 무게 실려…득실로 따져본 이유는

쌀 시장 개방에 무게 실려…득실로 따져본 이유는

입력 2014-03-03 09:00
업데이트 2014-03-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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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조치 유지시 쌀 의무수입물량 대폭 확대관세율이 관건…200%만 넘어도 쌀 수입 가능성 거의 없어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6월까지 쌀 시장 개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20년을 끌어온 쌀 시장 개방 논쟁이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익과 쌀 산업을 위해 개방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공식 입장이나 의무수입물량 증가에 따른 부담과 국내외 쌀 가격 차이, 예상 관세율 등을 고려할 때 쌀 시장을 개방하고 관세를 부과하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만 정치권과 농민단체 일각에서 쌀 시장 개방을 불허하고 의무수입물량도 늘리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 연내 쌀시장 개방 여부 결정해야 = 1993년 우루과이 라운드(UR) 협상이 타결되면서 UR 참가국은 비관세 장벽을 철폐하고 국제가격과 국내가격의 차이만큼 관세를 부과하는 ‘예외없는 관세화(tariffication without exception)’ 의무를 지게 됐다.

이와 함께 관세화를 즉시 이행하기 어려운 품목은 일정기간 관세화를 유예해주는 장치도 마련됐는데 한국과 일본, 필리핀이 관세화 유예조치를 받았다.

다만, 관세화 유예 조치에는 조건이 붙었다. 시장 개방을 미루는 대가로 우리나라는 1995년부터 2004년까지 10년간 매년 일정량을 의무적으로 수입하기로 했다.

이후 2004년 쌀 관세화 유예 조치가 만료되자 우리나라는 의무수입물량을 매년 일정비율 늘리는 대신 2014년까지 쌀 시장 개방을 미루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는 쌀 40만8천700t을 의무 수입해야 한다. 이는 지난해 쌀 생산량 423만t의 9.7%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 시장 개방시 핵심은 관세율 = 쌀 시장을 개방할 경우 수입 쌀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UR 농업협정문 부속서’에 따르면 관세율은 ‘(국내가격-국제가격)/국제가격×100%’라는 공식을 적용하게 돼 있다.

간단한 공식이지만 국내가격과 국제가격으로 어떤 가격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도출되는 관세율은 천차만별이다.

한두봉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1999년 일본의 쌀 수입가격을 국제가격으로 이용해 426%의 관세율을 도출한 바 있고 2004년 연구에서는 관세율을 440∼688%로 계산했다.

김배성 제주대 교수는 일본이 쌀 시장을 개방할 때 사용한 수입가격을 사용해 관세율을 447%로 추산했으며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관세율을 426∼502%로 추산했다.

이렇게 계산한 관세율에다 WTO가 요구한 개도국 최소 관세 감축율 10%를 적용하면 쌀 시장을 개방했을 때 부과할 수 있는 관세율은 300∼500%가 될 전망이다.

이처럼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관세율의 폭이 큰 만큼 WTO의 검증을 통과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높은 관세율을 도출해내는 것이 국내 쌀 시장 보호를 위한 핵심 과제인 셈이다.

◇ 관세율 200%만 넘어도 쌀수입 가능성 거의 없어 = 현재 국산 쌀 가격은 한 가마니(80㎏)에 17만4천원 선이다.

우리나라에서 식용으로 사용하는 중단립종 쌀의 국제가격은 현재 1t당 700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를 가마니 단위로 환산하면 약 6만∼7만원에 해당한다.

국제 쌀 가격을 가마니당 6만원으로 가정하고 400%의 관세율을 적용하면 수입 쌀의 국내 도입가는 ‘6만+(6만×400%)’로 30만원이 된다. 국산 쌀보다 배 이상 비싼 가격이 매겨지는 것이다.

관세율 200%만 적용해도 국내 도입가격은 18만원이 된다. 이것이 전문가들이 쌀 시장을 개방해도 국내 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자신하는 이유다.

실제로 일본은 1999년 1천68%의 관세율을 적용해 쌀 시장을 조기 개방했고 2002년 WTO에 가입한 대만은 2003년 562.5%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쌀 관세화로 전환했는데 양국 모두 기존 의무수입물량 외 추가 쌀 수입물량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 추가 유예하려면 의무수입량 배 이상 늘려야 = 우리나라와 같이 쌀 관세화 유예조치를 받은 필리핀은 유예 만료를 앞두고 2012년부터 WTO 회원국들과 재연장협상에 들어갔다.

필리핀은 의무수입물량을 현재 35만t에서 80만5천t으로 늘리는 것을 재연장 조건으로 제시했으나 협상참가국들은 쌀 이외 육류 관세 인하, 검역장벽 완화 등을 요구하며 2년째 재연장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필리핀 사례에서 보듯 우리나라가 재연장을 선택하면 의무수입물량을 최소 배 이상 늘려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필리핀과 같은 비율로 의무수입물량을 늘린다면 의무 수입 물량이 94만t에 달하는데 이는 지난해 국내 쌀 생산량의 22%에 이르는 양이다.

더욱이 의무수입물량은 관세화로 전환하더라도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영원히 떠안아야 한다.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여기서 의무수입물량을 더 늘렸다가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된다”며 “이는 국내 쌀 산업을 망치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의무수입량 늘리지 않고 현상유지 가능할까 = 일부 농민단체와 정치권 일각에선 쌀 시장을 개방하지 않고 의무수입물량도 늘리지 않는 현상유지(Standstill) 정책을 선택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들은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이 타결되지 않은 점을 근거로 DDA 협상 타결시까지 의무수입량을 동결하고 관세화를 유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농식품부와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관세화는 DDA 이전 UR 협상으로 발생한 의무이기 때문에 DDA 협상 타결 여부와 관계없이 이행해야 한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현상유지를 주장하는 쪽은 또 한-미·한-중 FTA 등 자유무역협정 체결로 관세가 철폐되면 수입 쌀이 국산 쌀의 절반 이하 가격으로 밀려들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한-미 FTA를 비롯한 모든 FTA 협상에서 우리나라는 쌀을 양허제외 품목으로 정해 관세 철폐 대상에서 제외해 왔다.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은 현재 추진 중인 한-중 FTA 협상에서도 “쌀은 최우선 양허제외 품목”이라고 못박은 바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쌀이 갖는 특수성을 고려할 때 쌀이 양허제외 품목에서 빠지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며 “FTA 체결로 쌀에 부과하는 관세가 사라지거나 축소될 개연성은 제로로 봐도 좋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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