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최경환호 배당 확대의 명암] “시총 20대 기업 외국인주주 비율 44%… 국부유출 부작용”

[최경환호 배당 확대의 명암] “시총 20대 기업 외국인주주 비율 44%… 국부유출 부작용”

입력 2014-08-01 00:00
업데이트 2014-08-01 03:13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과연 가계소득에 도움 될까

최경환 경제팀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뜨겁다. 3년 동안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했던 코스피는 단숨에 2100선 문턱을 바라보고 있다. 돈을 쏟아붓고 부동산 규제를 과감하게 풀면서 체감경기 회복이 빨라질 것이란 기대도 커졌다. 반면 기업의 사내유보금을 배당으로 유도해 가계소득을 늘리겠다는 정부의 ‘배당촉진 정책’에 대해선 여전히 논란이 뜨겁다. 새 경제팀의 의도와 달리 기업의 배당이 가계소득으로 흘러들어 가기보다는 외국인 주주들의 배만 불리는 국부 유출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가 대표적이다.
이미지 확대
최경환(왼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 정부 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공공기관 운영위원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경환(왼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 정부 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공공기관 운영위원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우리투자증권이 7월 말 현재 코스피 시가총액 200대 기업 현황을 분석한 결과 외국인이 보유한 주식 평균 비율은 22.24%로 집계됐다.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주식시장 전체 투자 주체별 주식 소유 현황을 보면 외국인(32.9%), 법인(24.1%), 개인(23.6%), 기관투자자(16.1%) 순으로 나타났다. 수치만 놓고 보면 시총 200대 기업의 외국인 주식 보유 비중은 오히려 증시 전체 평균보다 낮다.

하지만 이는 ‘착시 현상’에 불과하다. 이를 시총 20대 기업으로 축소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시총 20대 기업의 외국인 주주 평균 비율은 43.98%로 전체 주식의 절반에 육박한다. 지난해 말 시총 20대 기업의 전체 배당금 6조 5332억원 중 절반에 가까운 3조 1658억원을 외국인이 가져갔다.


이런 상황에서 새 경제팀의 정책 방향대로 배당수익률을 높이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까. 배당수익률을 단 1% 포인트만 늘려도 시총 20대 기업의 외국인 주주가 가져가는 배당금은 5조 7480억원으로 껑충 뛴다. 지난해 말 배당금 대비 2조 5822억원(44.92%)을 추가로 외국인 손에 쥐여 주게 되는 셈이다.

오문선 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는 “고율배당이 이뤄지는 경우 개인 주주보다 외국인 주주의 혜택이 더 커서 국부 유출이 우려된다”면서 “소액 주주들의 비중은 높지 않아 국내 소비 증가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윤경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사내유보금 과세와 같은 배당을 증진시키는 정책적 노력은 현금성 자산을 투자와 고용에 사용하게 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기관투자자에 배당하면 결국 가계나 법인으로 환류된다”면서 “외국인에게 배당이 가더라도 우리 증시 매력이 높아져 주가가 올라가고, 주가가 오르면 ‘자산효과’로 인해 소비 심리가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주장대로 기업들이 잔뜩 쌓아 둔 현금을 배당으로 돌린다면 일부 가계소득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국내 10대 그룹 82개 상장사(금융사 제외)의 사내유보금은 477조원에 달했다. 이는 2010년 331조원보다 43.9% 상승한 수치다. 기업의 소득이 배당이나 임금 형태로 흐르는 선순환 효과가 실종된 것도 사실이다. 노무라증권은 최근 배당 확대와 배당소득세 인하 정책을 추진하면 코스피가 3000선을 돌파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또한 내수침체를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인 처방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국세청이 발간한 ‘2013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종합소득 1억원이 넘는 고소득층 3만 3000여명이 전체 배당의 95%(7조 1760억원) 이상을 가져갔다. 이는 주식 보유가 소수 개인에게 집중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개미 투자자’들은 소액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배당을 확대해도 수혜 효과가 크지 않다.

조복현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는 “배당 소득을 받는 사람들이 고소득층에 집중돼 있어 소득 하위그룹은 혜택을 볼 수 없다”면서 “내수 부진의 원인인 소득 불평등 해소를 위해선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의 문제가 먼저 해소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사내유보금 과세를 통해 기업들의 투자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정부의 발상은 ‘논리적 허점이 존재한다’는 비난에 직면해 있다.

현재 해외에서 사내유보금 과세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 일본, 타이완 등이다. 이들 나라에서는 비상장 법인이 이익을 배당하지 않고 적정 규모 이상을 내부에 보유하고 있을 경우 초과한 유보소득에 대해 과세를 하고 있다. 비상장 법인의 개인 주주가 배당소득세 회피 목적으로 사내유보금을 악용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서다. 오 교수는 “경기 활성화 수단으로 사내유보금 과세 제도를 시행하는 것은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에서도 특정 비상장 법인에 적용되던 사내유보금 과세가 2001년 12월 폐지된 바 있다. 이는 ‘사내유보금 과세가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에 따른 것이다. 박성현 한화투자증권 팀장은 “일시적인 배당 확대에 주가가 환호할 수 있겠지만, 기업의 안정적인 성장 없이는 배당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2014-08-01 5면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선택은?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현재의 보험료율(9%), 소득대체율(40%)을 개선하는 2가지 안을 냈는데요. 당신의 생각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각각 인상(소득보장안)
보험료율 12%로 인상, 소득대체율 40%로 유지(재정안정안)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