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엔저 장기화하나

강달러·엔저 장기화하나

입력 2014-10-05 00:00
업데이트 2014-10-05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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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글로벌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 기조가 심화한 가운데 엔저 현상이 갈수록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다수 해외 투자은행(IB)사들과 국내 전문가들은 달러 강세와 엔저 기조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특히 달러와의 상대 가치를 따지는 엔화는 100엔당 800원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커 대비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선진국 통화정책 차이가 强달러 유발

최근 국제외환시장의 달러화 강세는 선진국 중앙은행 간의 통화정책 차이가 근본 배경을 이루고 있다.

미국은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이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방했던 양적완화 정책을 종료하고 적절한 금리인상 시기를 재고 있다.

반면, 일본은 아베노믹스 정책의 효과가 뚜렷이 나타나지 않고 경제지표가 부진함에 따라 추가 통화완화 정책을 펼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와 대비를 이루고 있다.

실제로 지난 8월 8일 달러당 102.2엔(종가 기준)이었던 엔화는 불과 두 달 뒤인 지난 1일에는 장중 110엔선을 넘길 정도로 연이어 가치가 급락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지난달 4일 시장의 예상을 깨고 양적완화에 준하는 통화완화 정책을 발표해 시장에 충격을 줬다.

유로화는 5월 8일 장중 유로당 1.3993달러(고점 기준)에서 이후 지난달 30일 장중 1.2568달러로 연이어 떨어졌다.

외환은행 경제연구팀의 서정훈 박사는 “엔화가 달러당 80원에서 102엔선으로 오른 것은 아베노믹스의 영향으로 볼 수 있겠지만, 그 이후 엔저 심화 기조는 미국 금리인상 기대에 따른 달러화 강세 효과가 맞물려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강달러·엔저 내년도 지속…강도 심화는 전망 엇갈려

국내외 전문가들은 강달러 기조와 엔저 현상이 내년까지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달러화에 대한 원화 가치는 강세, 보합, 약세 등으로 전망이 엇갈리지만 엔·달러 환율은 모두 추가 상승을 예상했다.

원화 가치는 미국 달러화의 글로벌 강세 영향으로 약세를 보일 수도 있지만 경상수지 흑자와 외국인 주식 투자자금의 유입세 등 변수에 따라 보합 내지 강세를 보일 수 있다.

최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한국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2년 만에 안정적(Stable)에서 긍정적(Positive)으로 상향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경제의 기초여건을 비교적 긍정적으로 보는 편이다.

강달러 기조에 따라 원화 절하가 나타난다 하더라도 다른 주요 통화와 대비해 그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는다.

반면, 엔저의 장기화 내지 심화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기정사실화된 상황이다.

미국이 양적완화 종료 결정에 이어 정책금리 인상으로 이어지는 통화정책의 정상화 과정을 밟을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일본은 양적완화를 지속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다만,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10엔선 언저리에서 머무를지 130∼140엔대로 추가 상승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 상무는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이 차별화됨에 따라 달러 강세, 엔화 약세 기조가 상당 기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며 “엔·달러 환율의 전고점이 달러당 130엔대이므로 중장기적으로 그 정도까지 갈 수도 있다고 본다”고 관측했다.

반면 박종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금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급속히 내린 엔 환율이 위기 전 평균인 110엔대 수준으로 정상화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고 미국 등도 이를 인정하는 듯하다”며 “다만 일정 선을 넘어 미국이나 유럽의 대일 적자가 확대되면 미국 등이 이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엔 환율은 800원대 하락이 우세

문제는 원·엔 환율이다. 시장에서는 엔화 약세 상황에서 원화의 달러 대비 평가절하 폭이 크지 않다면 원·엔 환율이 100엔당 800원대로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100엔당 800원대로의 하락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영국 ‘더 뱅커(The Banker)’지 선정 세계 30대(자기자본 기준) 은행 가운데 원·달러와 엔·달러 환율을 9월 중 동시에 전망한 투자은행이나 상업은행 8곳의 내년 3분기 중 원·엔 재정환율 예측치 평균은 100엔당 887원이다.

이들이 원·엔 환율 전망치를 따로 내놓은 것은 아니지만 두 통화의 달러화 대비 상대가치를 따져 원·엔 재정환율을 산출할 수 있다.

모건스탠리가 내년 3분기 중 원·달러 환율로 100엔당 873원을 제시한 것을 비롯해 ING(894원), 씨티(898원), JP모간(882원) 등 4곳이 100엔당 800원 후반대로 하락할 것을 예상했다. 특히 BNP 파리바는 1년 안에 100엔당 786원까지도 떨어질 수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크레디트스위스, 소시에테제너럴, 로이즈 등 3곳은 앞으로 1년 간 900원대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 8개 메이저 금융사들은 달러화에 대한 원화 가치는 강세, 약세, 보합 등 다소 엇갈린 전망을 하면서도 엔·달러 환율에 대해서는 모두 추가 상승을 예상했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도 최근 토론회에서 “내년 중반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미국의 금리 인상은 2012년 6월 이후 56%나 절상된 원화의 엔화에 대한 절상을 더욱 가속할 것”이라며 “내년에는 100엔당 원화 환율이 800원대 중반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최근 8주간 급등세를 보인 엔·달러 환율은 1일 달러당 110엔선으로 고점을 경신한 뒤 2일 반락해 속도조절에 들어간 상태다. 원·엔 환율도 100엔당 970원대를 회복했다.

이에 따라 환율 수준보다도 급격한 환율 변동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달러 강세, 엔화 약세의 큰 방향은 내년까지 유지되겠지만 급격히 심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지금부터는 환율 변동성이 우려스러울 정도로 커질 수 있으므로 여기에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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