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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을 관계’ 기업-회계법인…감사 보수 뒷걸음질

‘갑을 관계’ 기업-회계법인…감사 보수 뒷걸음질

입력 2015-01-20 07:07
업데이트 2015-01-20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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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기업들의 감사 보수가 10년 전과 비교해 크게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갑을 관계에 놓인 기업과 회계법인의 먹이사슬을 반영한 결과로 회계법인간 과잉 경쟁도 감사 보수 정체에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10대 그룹의 주력 계열사 가운데 10년 전보다 시간당 감사보수가 눈에 띄게 늘어난 곳은 삼성전자 1곳뿐이었다.

2013년 삼성전자의 감사 시간과 보수는 각각 4만4천702시간, 38억4천만원으로 시간당 보수는 8만6천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3년 시간당 감사 보수(4만8천원)보다 79% 늘어난 수치다. 삼성전자의 감사는 삼일회계법인이 꾸준히 맡고 있다.

현대차가 안진회계법인에 지급한 감사 보수는 감소세를 보였다.

현대차의 시간당 감사보수는 2003년(12만3천원) 이후 10만∼13만원대를 유지하다가 2010년(9만7천원) 아래로 떨어졌다.

2013년(9만4천원)에는 더욱 낮아져 최근 10년 사이 최저를 기록했다.

SK텔레콤(2003년 7만4천원→2013년 7만원)과 포스코(7만8천원→7만3천원), GS칼텍스(7만4천원→7만1천원)도 10년 사이 시간당 보수가 소폭 내려갔다.

롯데쇼핑과 한화케미칼은 2000년대 초반 시간당 10만원을 훌쩍 넘었지만 2013년에는 각각 5만8천원, 5만6천원으로 반 토막이 났다.

LG전자(7만4천원→8만원)는 오르긴 했지만 상승폭이 미미했다.

10년 동안 감사인 교체가 유독 잦았던 대한항공의 경우 시간당 보수가 2009년 9만원까지 육박했지만 이후 하락세를 보여 2013년 5만6천원을 기록했다.

감사 보수는 보통 기업과 회계법인간 협의를 통해 책정된다.

책정의 기준이 되는 보수율표 등이 있기는 하지만 적용 시 액수가 커진다는 이유로 할인을 해주는 형태로 계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회계법인간 ‘제살깎아먹기’식 경쟁이 보수 하락의 원인이 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3년마다 계약을 다시 해야 하는 구조 속에서 기업의 입맛에 맞는 가격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한 대형회계법인 관계자는 “어떤 기업은 제안서를 받을 때 다른 내용은 뺀 채 보수만 갖고 오라고 해서 제일 낮은 가격이 나오면 그 가격으로 다른 법인에 다시 제안을 한다”며 “경쟁이 치열하지만 기업이 경쟁을 교묘히 이용하는 면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업이 감사인을 바꾸면 감사 보수가 확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업계에 떠도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특히 2011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감사 시간은 늘었지만 보수는 떨어지는 추세를 보였다.

이는 결국 감사 품질 저하로 이어져 기업에도 손해가 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외국처럼 감사위원회가 강한 독립성을 갖는 분위기를 만들고 나서 감사위원회에 직접 회계법인이 제안서를 내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한덕철 삼일회계법인 부대표는 “미국 등 주요 국가에서는 기업이 아니라 독립성이 강한 감사위원회에 회계법인들이 제안서를 내기 때문에 현실적인 보수 책정이 가능하다”며 “이는 감사위원들이 보수보다는 회계법인이 제대로 일을 처리하는지 관심을 더 두는 풍토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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