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환율 900원 붕괴] 외국인 뭉칫돈에 원화 강세 가속

[엔환율 900원 붕괴] 외국인 뭉칫돈에 원화 강세 가속

입력 2015-04-23 10:23
업데이트 2015-04-23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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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일본·한국 통화정책 변수에 따라 전망 엇갈려

100엔당 원화 가치가 7년여 만에 900원 선이 무너진 것은 경상수지 흑자 행진 지속과 외국인의 뭉칫돈 유입으로 국내에 달러가 넘치는 것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이런 환경 때문에 엔화 약세(엔저) 현상이 단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지만,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를 둘러싼 논의나 국내 정책의 향배 등이 변수로 작용하면서 엔저가 심화되지 않을 것으로 보는 분석도 나온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엔 재정환율은 한때 100엔당 899원대로 하락하면서 2008년 2월 이후 7년2개월 만에 처음으로 900원 선이 무너졌다.

100엔당 월평균 원화 환율(외환은행 고시)을 보면 2008년 2월 880.62원을 끝으로 900원선으로 올라서고는 세계 금융위기가 닥친 같은 해 9월에는 1,000원선을 상향 돌파한 뒤 이듬해 2월에는 1,558.15원까지 뛰며 고점을 찍었다.

엔저가 두드러진 것은 2012년 말부터다.

일본 정부가 확장적 경기부양 정책인 ‘아베노믹스’를 앞세워 돈 풀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12년 12월 1,200원, 2013년 1월에는 1,100원, 같은해 9월에는 1,000원대로 각각 무너지고는 작년 6월에는 900원대로 내려앉았다.

그 후 900원대에서 등락했지만 지난달 평균 924.88원에 이어 이달에는 22일 현재 911.40원까지 하락했다.

이런 큰 흐름은 일본이 양적완화를 강화하고 미국이 양적완화 종료와 함께 금리 인상을 저울질하기 시작한 상황이 맞물린 결과다.

원·엔 환율은 달러 움직임에 연동된다. 원·엔 환율은 원화와 엔화를 맞바꾸는 외환시장이 없으므로 각각의 달러 대비 환율을 기준으로 간접 산출하는 재정환율이적용된다.

최근에 가팔라진 엔화 값 하락세는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폭이 커지고 외국인 자금의 국내 유입액이 불어난 영향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우리나라의 지난 2월 경상수지는 64억4천만 달러 흑자였다. 36개월째 흑자 행진이다.

수출이 전년 동기보다 감소하는 상황에서 수입이 더 부진해서 생기는 불황형 흑자다.

저유가까지 겹치면서 올해 연간 흑자 폭이 사상 처음으로 1천억 달러를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외국인 자금의 흐름은 최근 상대적인 원화 강세를 부추겼다.

유가증권시장 기준으로 외국인은 순매수로 돌아선 지난 2월 1조3천억원에 이어 3월 2조9천억원, 4월 들어서는 22일까지 3조5천억원의 매수 우위를 보이며 순매수 규모를 계속 불리는 모습이다.

채권시장도 비슷한 양상이다.

외국인의 국내 채권 순투자 규모는 지난달 1조4천억원으로 2월(6천억원)보다 크게 늘었다.

외국인 투자금의 국내 유입 규모가 급증한 것은 유럽중앙은행(ECB)이 3월 초부터 국내 매입프로그램에 따라 본격적인 양적완화에 들어간 영향이 컸다. 여기에 미국의 금리 인상이 조기에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위험선호도가 커진 상황도 맞물렸다.

외국인은 국내에 투자할 때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원화로 바꾸는 과정을 거친다. 국내에 달러가 넘치면 달러 대비 원화 가치를 높이는 기폭제 역할을 한다.

지난해 11월 6일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이 “엔화와 원화가 동조화해서 움직이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듯이 정부가 엔저에 대응해 ‘원-엔 동조화’ 노력을 했지만 이처럼 달러가 넘치는 상황에선 마땅한 대응책을 찾을 수 없게 된다.

게다가 미국 재무부가 지난 9일 주요 교역국의 경제·환율 정책에 대한 반기 보고서에서 “한국 당국이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외환시장) 개입을 상당히 늘릴 것 같다”고 지적한 것도 우리 정부를 움츠러들게 했다.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선 외국인 자금 유입과 경상수지 흑자가 계속되면서 원·엔 환율 하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정체되거나 중기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물론 이들 전망은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를 언제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본격화된다면 원·엔 하락세가 주춤해지거나 상승 반전할 수 있다고 보지만, 인상 시기가 늦춰진다면 최근의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정경팔 외환선물 시장분석팀장은 “10년 전 패턴을 보면 1년 8개월간 쭉 하락해서 740원까지 떨어진 바 있다. 어디까지 간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면서 “미국 금리인상이 내년으로 늦춰진다면 과거와 비슷하게 갈 수 있지만 (올해) 인상되면 위험거래를 청산하려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서대일 KDB대우증권 수석연구원은 “앞으로 (미국의 금리인상 논의로) 달러 강세가 나타날 수 있고 일본의 양적완화에 대한 추가 기대는 약한 상황”이라며 “반면에 우리나라는 성장률 둔화로 정책 여지(기준금리 추가인하 등)가 있으므로 원·엔 환율이 올라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개입 가능성도 변수”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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