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제주해녀…유네스코 무형유산 등재 눈앞

사라지는 제주해녀…유네스코 무형유산 등재 눈앞

입력 2015-06-16 08:23
업데이트 2015-06-16 08:23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제주서 해녀학교·박물관 등 운영해 해녀문화 보존 노력

해녀 속담 중에 ‘저승에서 벌어 이승에서 쓴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맨몸으로 바다에 들어가 자신의 의지로만 호흡조절을 하면서 수산물을 채취하는 해녀의 물질 작업이 매우 위험하다는 뜻이다.

그러다 보니 산업화와 맞물려 점점 새로 물질을 배우는 사람이 줄고, 해녀 대부분이 50대 이상일 정도로 고령화해 이대로 간다면 머지않아 해녀 명맥이 끊길 위기에 놓였다.

어느덧 사라져가는 제주 해녀문화를 지키고자 정부와 제주도는 해녀문화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유네스코 무형유산 등재에 앞서 제주에서는 해녀 문화를 되살리고 보존하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 해녀 50대 이상이 98.5%…고령화 심각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제주도에서 활동하는 현직 잠수어업인은 제주시 2천485명, 서귀포시 1천930명 등 총 4천415명이다.

남자 잠수어업인 6명을 제외하면 모두 여자, 즉 해녀다. 바닷속에서 소라, 전복, 성게 등을 채취하는 물질을 업으로 삼는 사람이다.

물질 조업을 하는 잠수어업인은 1970년 제주에만 1만4천143명이나 있었지만 꾸준히 줄어 40여년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연령 구성비를 보면 젊은 잠수어업인이 줄어들어 해녀 고령화가 심각하다.

1970년에는 50세 미만이 86.2%였지만, 작년에는 1.5%에 그쳤다. 게다가 30세 미만은 한 명도 없다.

80세 이상이 29%, 70대가 30.9%로 70대를 넘는 초고령 해녀가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 최고령 해녀는 91세로, 잠수 경력만 76년이다.

고령과 질병 등에 따른 물질 조업 은퇴와 사망 등으로 현직 해녀가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해녀가 가장 많았던 1960년대 전후에는 제주에서 물질을 배우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산업화와 관광개발 정책 등의 영향으로 새로 물질을 배우는 사람도 점차 없어졌다.

◇ 해녀 학교에서 해녀 양성

제주에서 해녀가 사라지면 해녀가 오랫동안 쌓아온 물질 기술과 바다 지식도 영원히 사라진다.

해녀의 명맥을 잇고, 직업 해녀를 체계적으로 양성하기 위한 해녀학교가 서귀포시 법환동에 지난달 23일 문을 열었다.

서귀포시, 서귀포수협, 법환동 어촌계 등이 손잡고 운영하는 법환잠녀마을 해녀학교는 해녀 물질과 문화 등을 전수하는 전문 교육 과정을 운영한다.

교육 과정은 해녀 문화를 교육할 인력을 키우는 ‘해녀교사반’, 직업 해녀 양성이 목적인 ‘양성반’, 하루동안 물질을 체험하는 ‘체험반’, 해녀 문화한 전문 지식을 갖춘 해설사를 양성하는 ‘해설사반’ 등 4개로 나뉜다.

법환마을 해녀 89명 중 52명이 해녀학교 교사로 참여해 현장에서 터득한 생생한 물질 기술과 지식을 전수하고 있다.

양성반 졸업생에게는 어촌계에 가입해 일정 기간 ‘인턴 해녀’ 과정을 거치면서 물질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다행히 해녀 교육과정에 젊은 층의 관심과 호응이 좋은 편이다. 양성반 1기 교육생 30명 중 30∼40대가 80%고, 20대도 2명이다.

평일에는 서울 등 도시에서 생업에 종사하고, 주말에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에 와서 물질을 배우는 도외 거주자도 6명이나 있다.

서울에서 회사에 다니다가 그만두고 제주에 왔다는 해녀학교 학생 박은실(32·여)씨는 “소라나 전복 등을 내가 직접 잡아서 먹고 싶다는 생각에 해녀학교에 지원했지만, 기회가 된다면 교육을 마치고 해녀 일을 할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 해녀 세계화 앞장서는 해녀박물관

2006년 개관한 제주시 구좌읍 해녀박물관은 제주 해녀의 삶과 역사를 집대성해 해녀 문화를 보존하고 세계화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해녀의 의식주 생활, 일터, 생애를 한눈에 알 수 있는 각종 유물과 자료를 전시한다. 또 노약자 배려, 공익에 대한 헌신, 민주적 의사결정, 공동어장 관리, 생태계와의 공존 등을 바탕으로 한 해녀의 공동체 정신을 소개한다.

해녀 문화를 널리 알리기 위한 행사로는 다양한 해녀 체험 프로그램으로 짜인 제주해녀축제, 제주 해녀사진 전시회 등을 매년 연다.

제주해녀 항일운동 기념탑을 세워 일제의 식민지 수탈 정책과 차별에 항거한 해녀들의 항일운동 정신도 기리고 있다.

해녀박물관은 해녀문화 보존·전승에 관한 조례 제정, 해녀문화 국제학술대회 개최, 해녀문화 자료집 발간 등으로 해녀문화 세계화 추진에도 힘써왔다.

이 같은 제주도의 노력에 힘입어 문화재청은 올해 3월 제주해녀의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신청서를 유네스코에 제출했다. 등재 여부는 내년 하반기에 정해진다.

그동안 종묘제례, 강릉단오제, 아리랑, 김장문화, 농악 등 한국 고유문화 17건이 유네스코 무형유산으로 등재됐다. 내년에 해녀가 등재에 성공하면 우리나라에서 18번째다.

해녀가 유네스코 무형유산이 되면 해녀 문화의 가치를 세계에 알리고, 해녀를 포함한 제주 여성의 자긍심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강권용 해녀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여성, 자연, 노약자, 생태계 등 해녀가 가진 가치가 유네스코가 추구하는 가치와 들어맞는다”며 “해녀가 유네스코 무형유산으로 등재될 가능성은 99%”라고 확신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최저임금 차등 적용, 당신의 생각은?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심의가 5월 21일 시작된 가운데 경영계와 노동계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최대 화두는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입니다. 경영계는 일부 업종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요구한 반면, 노동계는 차별을 조장하는 행위라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