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추경 통과에 힘 모아달라”…대국민 호소로 국회 압박

정부 “추경 통과에 힘 모아달라”…대국민 호소로 국회 압박

입력 2016-08-09 11:49
수정 2016-08-09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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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회복 불씨 꺼지면 풀무질로도 못 살려”

추가경정예산의 국회 통과가 야당의 반대로 난항이 계속되자 결국 정부가 9일 국민에게 추경의 시급성을 호소하며 국회를 압박하고 나섰다.

여야 3당은 전날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을 22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는 데 노력하기로 잠정 합의했지만 여전히 변수는 남아있는 상황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경제부처 수장들은 이날 정부 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현 경제의 위기상황과 추경의 시급성에 대해 다시 한 번 강조했다.

◇ 경제부처 수장들, 국민을 향한 간곡한 호소

유 부총리는 이날 추경 예산안 관련 대국민 호소문을 시종일관 무거운 표정을 읽어내려갔다.

함께 배석한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임종룡 금융위원장 등의 표정도 마찬가지였다.

호소문은 담담한 톤의 목소리로 시작됐지만 추경이 적기를 놓치게 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어려움을 나열할 때에는 다소 상기된 톤으로 절실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유 부총리는 추경이 적기에 처리되지 못하면 “6만8천개의 청년 일자리가 사라질 수밖에 없어 매우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조선·해운 분야를 언급하며 “경쟁력이 있음에도 일감이 부족해 중소조선사들이 무너지는 불상사는 없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부는 특히 경제여건이 열악한 지방에 경기 활성화를 위한 ‘긴급 수혈’이 절실함을 부각했다.

유 부총리는 추경안 중 국채상환과 구조조정 예산을 제외하면 70% 이상이 지방에 지원된다며 “지역경제는 주민들과 밀접하게 닿아있다는 점에서 지자체 지원이 지연될 경우 그 혜택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유 부총리는 ‘추경예산안 집행을 절실히 기다리는 국민들’, ‘매우 안타까운 마음’, ‘저소득층과 위기가구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등 감성적인 수사를 동원해 현재의 위기감을 부각하기도 했다.

마무리는 국민을 향한 호소였다.

유 부총리는 “국민 여러분이 추경안이 하루빨리 통과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말했다.

전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한국 신용등급 역대 최고치 경신,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제성장률 전망치 상향 등은 바로 ‘국민의 저력’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추경 통과에 힘을 보태줄 것을 국민들에게 간곡히 당부했다.

◇ 고용한파 다가오는데…경기회복 불씨 살리려면 추경 신속 집행돼야

이처럼 유 부총리를 비롯한 경제수장들이 추경을 통과시켜달라며 정치권에 간곡히 호소하고 나선 것은 불안한 경제상황 때문이다.

올해 들어서도 한국 경제는 성장 엔진인 수출이 부진에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가운데 불안하게 출발했다.

여기에 조선업 등 기업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데 따른 영향으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작년 2.6%에 이어 올해에도 2%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구조조정에 따라 대량 실업 우려가 현실화는 모습이다.

지난 6월 경남은 전년동기대비 실업률이 1.0%포인트나 오른 3.6%를 보였고, 전남, 울산 등 다른 조선업 밀집지역도 고용사정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앞으로 구조조정이 더욱 본격화하면서 내년까지 조선업 부문에서만 5만6천∼6만3천명 감축이 예상된다는 전망이 나오는 등 고용시장에 본격적인 한파가 몰아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더욱이 지난 6월 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으로 대외 리스크까지 고조되자 정부는 작년에 이어 또다시 추경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이번 추경은 11조원 규모이며, 여기에 기금확대 등을 포함한 전체 재정보강 규모는 총 ‘28조원+α’에 이른다.

정부는 추경 등 재정보강 조치를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을 0.2∼0.3%포인트 정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보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추경이 신속하게 집행됐을 경우를 전제한 분석이다.

자금 집행이 지연될수록 시중에 돈이 풀리는 속도도 늦춰지기 때문에 애초 예상한 만큼의 경제활력 제고 효과를 볼 수 없다.

게다가 추경 처리가 뒤로 밀릴수록 내년 초부터 집행되는 본예산과 시차가 좁혀지는 만큼 추경을 급히 편성하려고 했던 애초 취지 자체가 무색해질 수 있다.

유 부총리는 “불씨가 꺼져버린 후에는 아무리 풀무질을 해도 다시 살려내기 힘들 듯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면서 “지금이 바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조속히 처리해 경제 회복의 불씨를 살릴 적기”라고 간곡히 호소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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