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체들 “항공료 50% 정부지원으로는 계란수입 못한다”

유통업체들 “항공료 50% 정부지원으로는 계란수입 못한다”

입력 2017-01-06 15:50
수정 2017-01-06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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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가격 1개 300원 웃돌면 수입 늘 수도…‘성급한’ 5천개 수입계란은 폐기될 듯

조류 인플루엔자(AI) 여파로 계란 품귀 현상이 이어지자 정부가 관세를 없애고 항공·선박 수송비용을 50%를 지원하는 등의 방법으로 계란 수입의 길을 터줬다.

이에 따라 첫 민간업체의 계란 수입 계약도 체결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대다수 유통·제빵·제과업체들은 여전히 수익성, 품질 등의 측면에서 계란 수입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분위기다.

농식품부는 다음 달 28일까지 신선 계란을 항공기·선박으로 수입하면 운송료의 50%를 지원하겠다고 6일 밝혔다. 실제 지원 금액은 항공운송시 1t당 최대 100만원, 해상운송의 경우 1t당 9만원 수준이다.

아울러 농식품부는 신선란과 계란 가공품 8개에 대한 할당관세 물량을 9만8천600t으로 최종 확정했다.

농식품부 관계자에 따르면 한 수입 업체는 이런 지원을 고려, 이미 미국 농가로부터 신선 계란 180만개를 항공기로 수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아직 대다수 업체는 수송비용 50%와 무관세 등의 정부 지원책이 계란 수입에 나서기에는 미흡하다는 입장이다.

A 대형 제빵업체 관계자는 “우리는 난액(껍질을 깬 액체 상태 계란)을 많이 사용하는데, 신선도를 위해 난액도 선박이 아닌 항공기로 수입해야 하는 처지”라며 “그러나 정부가 항공료의 50%만 지원해준다면 여전히 수익성이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난 5일 오후 정부 주최 ‘계란 및 난 가공품 수입절차 안내 간담회’에 참석한 한 계란 수입업체도 “항공료 50%는 부족하고, 최소 70%까지는 지원해줘야 한다”며 “70%가 지원되면 계란 30개짜리 한판 도매가를 최저 6천 원대까지 낮출 수 있고 100% 지원되면 4천 원대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한 대형마트 농축산 부문 상품 기획자(MD)도 “항공료를 절반만 지원하면 수입산의 가격 메리트가 거의 없는 데다, 파손 가능성이 있고, 수입 계란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 여부도 확신할 수 없다”며 “아직 수입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계란이 대표적 신선식품인 만큼, 갑작스럽게 공수된 수입 계란의 품질과 위생 등을 과연 국내 소비자와 제빵·제과업체들이 믿고 사용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는 얘기다.

하지만 첫 계란 수입 계약이 성사된 만큼, 현재 1개당 300원에 육박한 국내 계란 가격(소매가)이 앞으로 300원을 훌쩍 넘어설 경우 수입을 고려하는 업체가 더 늘어날 가능성은 있다.

현재 ‘항공료 50% 지원’ 조건 아래에서도 대량 수입을 앞세워 수입 단가 인하 협상에 성공할 경우 수지타산을 가까스로 맞출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이번에 미국 농장과 신선 계란 180만 개를 항공기로 들여오기로 계약한 업체의 경우, 계란 한 개를 124원 정도에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현재 미국 평균 계란 가격(180원)보다 60원까지 싼 것으로, 이 수준이라면 항공수송비 등을 더해도 290원 정도에 마트 등 소매 매장에 공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벌써 이날 인천공항에는 뉴질랜드산 계란 230㎏(약 5천개)이 수입화물로서 대한항공 비행기에 실려 우리나라에 도착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는 “개인 수입업자가 샘플용으로 소량을 들여온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아직 뉴질랜드 등과의 검역 절차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시중 유통은 불가능하고 전량 폐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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