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 수협중앙회 싸움에… 수협은행장 선출 또 불발

정부 - 수협중앙회 싸움에… 수협은행장 선출 또 불발

입력 2017-04-05 23:12
수정 2017-04-06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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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추위, 10일 재논의하기로

대주주 중앙회 “수협 출신 돼야”
혈세 투입 정부 “연임이 낫다”

수협은행이 전례 없는 홍역을 앓고 있다. 차기 행장 선출을 둘러싸고 정부와 수협중앙회가 치열한 헤게모니 싸움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수협은행 행장추천위원회(행추위)는 5일 차기 수협은행장 후보자 3명을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했으나 최종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고 이날 밝혔다. 일단 행추위는 오는 10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행추위는 당초 지난달 차기 행장 공모를 끝냈다. 강명석 수협은행 현 상임감사 등 후보 4명에 대한 면접을 진행했으나 “적임자를 더 찾겠다”며 재공모에 들어갔다. 재공모 끝에 지난달 31일 최종 후보를 가리려 했으나 행추위원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이달 4일로 결론 도출을 미뤘다. 하지만 전날도 합의를 보지 못해 하루를 더 연기했으나 또다시 10일로 미룬 것이다.

현 이원태 행장의 임기는 오는 12일까지다. 주주총회도 이날 열릴 예정이어서 10일에는 어떤 형태로든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수협은행장 선출이 이렇듯 갈등을 보이는 것은 이번 행장은 의미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수협은행은 지난해 말 수협중앙회에서 54년 만에 주식회사 형태로 분리됐다. 이번이 ‘독립’ 뒤 나오는 첫 행장인 셈이다. 수협은행의 대주주인 수협중앙회는 은행 지분 100%를 중앙회가 갖고 있다는 점을 들어 수협 출신이 첫 행장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1차 공모 때부터 강 감사를 강하게 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정부의 생각은 다르다. 1조원이 넘는 국민혈세(공적자금)가 수협은행에 들어간 만큼 ‘그들만의 잔치’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수협은행이 재공모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정부는 차라리 이 행장의 연임이 낫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협은행 행추위는 정부 측 추천 사외이사 3명(송재정 전 한국은행 감사, 임광희 전 해양수산부 본부장, 연태훈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수협중앙회 측 추천 사외이사 2명(박영일 전 수협중앙회 경제사업 대표, 최판호 전 신한은행 지점장)으로 구성됐다. 행장 후보는 행추위 5명 중 4명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양측의 갈등이 길어지면서 “볼썽사나운 밥그릇 싸움”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2017-04-06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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