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씨줄날줄] 생부(生父)의 후회/주병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생부(生父)의 후회/주병철 논설위원

입력 2011-09-01 00:00
업데이트 2011-09-01 00: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정(情) 가운데 혈육의 정보다 끈끈한 게 없다고 한다. 부모와 자식 간의 정이야 오죽할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게 부모의 자식사랑이란다. 미국의 딕 호이트와 던 예거의 감동 실화 ‘나는 아버지다’라는 책이 그렇다. 장애를 가졌지만 “달리고 싶다.”며 자신을 포기하지 않은 아들과 그런 아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헌신하는 아버지의 감동적인 얘기다. 그들은 서로에게 이런 말을 한다.“아버지가 없었다면 할 수 없었을 거예요.” “네가 없었다면 아버지는 하지도 않았다.”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아버지를 찾아 멕시코에서 뉴욕으로 밀입국한 10대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아버지’(2007년)도 눈물 없이 볼 수 없다.

김현승 시인의 시 ‘아버지의 마음’은 자식을 향한 아버지의 다짐과 애틋함이 곳곳에 묻어난다.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어린 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어린 것들의 앞날을 생각한다.’

정이 뭔지, 살다 보면 정 때문에 회한과 후회도 생긴다. 엎지른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다는 고사가 여기에 딱 맞다. 주(周)나라 문왕(文王)의 스승이 되고 나중에 제(齊)나라의 시조가 된 태공망 여상(太公望 呂尙)은 젊었을 때 유달리 가난뱅이였다.독서삼매의 나날만 보냈는데 이를 참다 못한 부인 마(馬)씨가 친정으로 돌아가 버렸다. 이후 여상이 출세하자 마씨가 다시 찾아왔다. 그러자 여상이 ‘그릇의 물을 엎질러 놓고 저 물을 다시 그릇에 주워담아 보시오.’라고 했다. 여상은 부부지간에도 한번 금이 가면 되돌리기가 어렵다며 마씨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애플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난 스티브 잡스의 생부(生父)인 압둘파타 존 잔달리(80)가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50여년 전 아들을 입양 보낸 것을 후회한다.”면서 “더 늦기 전에 잡스가 내게 연락해 커피 한잔이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죽음을 앞두고 있을지라도 내가 먼저 전화를 걸어 그와 통화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 ”고 전했다.

뉴욕포스트는 부전자전(父傳子傳)이라고 했다. 아들 잡스처럼 아버지도 여든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은퇴를 유예한 ‘일 중독자’다. 게다가 아버지가 보낸 이메일에 잡스가 묵묵부답이라니 자존심도 꼭 닮은 것 같다. 얼마 전 혼혈 가수 인순이는 “아버지는 내게 용서이자 치유”라고 했다. 잡스의 치사랑을 보고싶다.

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2011-09-01 31면

많이 본 뉴스

‘금융투자 소득세’ 당신의 생각은?
금융투자소득세는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의 투자로 5000만원 이상의 이익을 실현했을 때 초과분에 한해 20%의 금투세와 2%의 지방소득세를, 3억원 이상은 초과분의 25% 금투세와 2.5%의 지방소득세를 내는 것이 골자입니다. 내년 시행을 앞두고 제도 도입과 유예,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맞서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
일정 기간 유예해야 한다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