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라면/우득정 수석논설위원

[씨줄날줄] 라면/우득정 수석논설위원

입력 2012-03-30 00:00
업데이트 2012-03-30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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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라면협회(WINA)에 따르면 2009년 현재 국가별 라면 소비량은 중국 408억개, 인도네시아 139억개, 일본 53억개, 베트남 43억개, 미국 40억개, 그리고 다음으로 한국이 34억개다. 하지만 1인당 소비량으로 따지면 한국이 연간 68개로 단연 선두다. 한국인들은 매주 1.3개의 라면을 주식 또는 간식으로 먹는 셈이다. 다음이 인도네시아 57개, 일본 44개, 중국 33개, 타이완 32개다. 오늘날 한국의 인스턴트 라면은 전 세계 95개국에 연간 2억 달러 이상 수출되고 있다. 2010년 일반 소매점 판매량을 기준(군납·특판 등 제외)으로 하면 농심의 신라면이 연간 판매량 4억 4720만개로 압도적인 1위다. 다음이 안성탕면 2억 1180만개, 삼양라면 1억 9550만개, 너구리우동 1억 5470만개, 짜파게티 1억 3880만개, 육개장사발면 9930만개 등의 순이다. 2001년 37억 3000만개, 지난해에는 37억 2000만개나 팔릴 정도로 온 국민이 변함 없이 애용하는 ‘국민 식품’이다.

총 면발 길이 56m, 기름에 튀긴 볶음머리 라면은 중국의 건면(乾麵)에서 유래됐다는 설과, 1958년 일본 안도 모모후쿠(1910~2007)가 산시쇼큐산에서 건면을 식용 유지에 튀겨 보관하기 쉽도록 포장하고 별도의 수프를 개발해서 만든 ‘치킨라멘’이 원조라는 설이 엇갈리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1958년이 출생 연도다. 우리나라에서는 1963년 9월 15일 출시된 ‘삼양라면’이 원조다. 당시 판매가격은 10원. 투명한 비닐 포장에 닭 그림과 함께 ‘닭고기 국물로 맛을 냈다.’고 광고했다. 라면시장의 70%를 농심이 주도하고 있음에도 2위업체인 삼양이 원조라고 내세우는 이유다. 1989년 우지 파동으로 삼양라면이 상당기간 발매를 중지하는 등 결정타를 입기 전까지만 해도 라면시장은 삼양이 주도했다. 칼국수, 짜장면, 컵라면 등 1970년대 신제품은 모두 삼양사 제품이었다.

후발업체였던 롯데라면은 삼양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껌과 별사탕 외에 경품으로 탁상시계를 내걸기도 했다. 1975년 ‘형님 먼저 아우 먼저’라는 광고 카피로 유명한 ‘농심라면’에 이어 1982년부터 1986년까지 ‘너구리’ ‘안성탕면’ ‘신라면’ 3총사를 잇달아 출시하면서 라면시장 석권의 발판을 마련했다. 신라면은 오늘날 나머지 라면과는 판매량에서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라면업계의 절대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라면업체들이 최근 가격담합 혐의로 1354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국민 식품’이었기에 국민은 더 분노한다.

우득정 수석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2012-03-3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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