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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로의 아침] 세종청사 행정낭비 대책 절실

[세종로의 아침] 세종청사 행정낭비 대책 절실

입력 2013-01-24 00:00
업데이트 2013-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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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세종청사가 문을 연 뒤 한 달이 지났다. 입주 초기 어수선하던 분위기는 많이 가라앉았다. 눈에 거슬리던 문제점들도 서서히 개선되고 있다. 전체 공무원의 3분의1에 해당하는 공무원이 장거리 출퇴근에 시달리고 있는 것과 부족한 기반시설을 제외하면 겉으로는 정부과천청사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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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찬희 산업부 선임기자
류찬희 산업부 선임기자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문제점으로 속은 곪아가고 있다. 예상했던 행정의 낭비와 비효율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가장 큰 문제점은 시도 때도 없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공무원의 서울 출장. 장·차관이 국무회의나 정책조정회의 등 주요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자리를 비운다면 수긍이 간다.

하지만 업계 신년교례회 등 꼭 참석하지 않아도 될 행사에 얼굴을 비치기 위해 하루 일정을 거의 비워둬야 하는 장·차관이나 고위 공무원들도 많다는 점이다. 정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는 기회라고 하지만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더 많다.

국가 주요 정책을 논의하는 대면회의는 어쩔 수 없다고 치자. 하지만 서울에 남아 있는 부처와의 업무 협의를 핑계로 행해지는 잦은 출장과 이로 인한 행정 낭비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한두 시간짜리 회의를 위해 서울에 가려면 하루 대여섯 시간을 도로에 버려야 한다. 이러는 사이 정작 실무진과의 대면회의는 미뤄지고 결재가 이뤄지지 않는다. 당연히 정책결정이 지연되고, 행정 서비스의 질은 떨어진다.

국회도 공무원들의 출장을 부채질하는 한 축이다. 국토해양부 A과장은 최근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실의 호통에 혼쭐이 났다. 지역 민원을 챙기던 국회의원이 “중앙부처 공무원이 얼굴 한번 비치지 않느냐”며 호통을 치는 바람에 부랴부랴 서울 출장길에 올랐다.

A과장은 산하기관과 업무 협의를 거쳐 지역 주민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한 만큼 굳이 서울 출장이 필요없다고 판단했지만 느닷없는 국회 호출에 불필요한 출장을 다녀와야 했다.

장·차관의 국회 출석에 실무자들이 줄줄이 따라나서는 것도 문제다. 국회와 장·차관이 나누는 대화가 정책 어젠다이거나 주요 정책 조율이라면 굳이 실무자들이 동행하지 않아도 된다. 많은 공무원이 장·차관을 수행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지엽적인 성격의 지역 민원성 질문이 툭툭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정부는 행복도시 조성에 따른 부작용을 충분히 예견했다. 부처 이전 전에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놨어야 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정보통신기술을 갖고 있다. 정부청사마다 화상회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전시용에 불과하다. 총리실을 중심으로 행정부 스스로 화상회의 활성화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공무원의 불필요한 출장은 없는지도 들여다봐야 한다. 국회는 공무원을 마음대로 불러올려도 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행정 낭비는 국민 세금을 갉아먹는 행위나 마찬가지이다.

chani@seoul.co.kr

2013-01-2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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