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태윤의 경제 인사이트] 수출 악화의 폭풍 속으로

[성태윤의 경제 인사이트] 수출 악화의 폭풍 속으로

입력 2020-05-03 23:02
업데이트 2020-05-04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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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지난 5월 1일 발표된 우리나라 4월 수출실적은 작년 동월 대비 24.3% 줄어들며 기록적인 감소를 나타냈다. 통관 기준 월별 수출실적이 전년 동월 대비 이보다 심각하게 감소한 시기는 1967년 이후로 글로벌 금융위기 와중이던 2009년 1월(-34.5%)과 5월(-29.4%) 정도다.

당시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미국의 경기 부진이 세계적인 실물 경기침체로 이어지며 국제무역이 크게 위축되던 때였는데, 코로나19로 다른 국가와의 인적?물적 교류가 제한된 현재도 국제무역에서는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따라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도 11월 수출실적이 전년 동월 대비 마이너스를 보이며 감소하기 시작한 후 2009년 10월까지 1년간 그 추세가 이어졌음을 고려할 때, 현재도 상당 기간에 걸쳐 수출 악화가 지속될 수 있다.

더욱이 지난 1분기 수출(통관기준) 감소가 전년 동기 대비 1.4%에 그쳤는데도 경기 악화가 뚜렷했음을 고려하면 수출지표 악화가 본격적으로 반영될 2분기에는 경기 부진이 훨씬 심각할 수 있다. 특히 수출은 계약을 맺고 실제 통관까지 시간이 필요하고 본격적인 영향은 대개 기간을 두고 나타나기 때문에 코로나19에 따른 수출 하락이 1분기에는 아직 본격 반영되지 않았던 것으로 볼 수 있다.

4월에는 수출 하락이 본격화되면서 무역수지도 99개월 만에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됐다. 그동안은 국내 경기불황으로 수입이 감소해서 무역수지 자체는 흑자 기조를 유지해 왔다. 그런데 수입 감소로 인한 경기불황형 흑자 상황에서 수출이 큰 폭 하락하면서 가장 심각한 형태의 무역수지 적자 전환이 일어난 것이다.

결국 경기 부진 상태인 한국 경제가 본격적인 수출 악화의 폭풍 속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뜻이다. 코로나19 이후 국내 대면 소비는 일부 회복되더라도 수출 감소 상황이 내수 소비 회복을 능가하면 부정적인 영향이 경제 전반을 압도할 수 있다.

현재의 수출 악화는 코로나19가 세계적인 팬데믹으로 전개되며 발생한 국제무역체제의 약화에 따른 현상이어서 우리가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수출진흥책 같은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현재는 산업기반이 무너지지 않게 수출기업이 현 상황을 버틸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일단 중요하다.

이와 함께 추가적인 상황 악화에 대비해 수출기업의 기술력 확보와 전반적인 비용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절실하다. 더욱이 최근 수출 부진은 물량 감소분도 있지만, 특히 단가하락 요인이 크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현재까지 글로벌 분업체제에 의한 국제적인 생산 네트워크 내에서의 구조적인 필요성과 장기계약 등으로 물량 자체는 어느 정도 확보돼 있었다는 뜻임과 동시에 국제시장에서 가격하락을 견딜 수 있는 차별적인 기술력은 지니지 못했다는 의미다. 따라서 국제적인 수요 감소는 바로 가격 인하로 이어지며 현재의 수출 부진을 초래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주요 국가들이 자국 경제권역 중심으로 시장을 재편하는 과정에 있기에 상대적으로 글로벌 시장이 축소되고 국제무역 여건이 나빠지고 있어 충분한 국제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수출기업은 국제분업체제 개편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배제될 수 있다. 시장에서 요청되는 독점적인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하거나 비용조건이 불리한 경제 환경에 있는 기업은 그 과정에서 일차적인 도태 대상이다.

즉 국제적인 생산 네트워크의 새로운 판이 형성되는 시기이기에 우리 기업이 그 체제에 안정적으로 편입되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업의 기술력 확보와 경제 전반의 비용조건 개선 노력이 필수적이다.

물론 기술력 확보와 비용조건 개선은 현재 해외로 수출하는 기업에만 해당하는 문제는 아니다. 국내에서 해외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내수기업을 포함해 미래에 잠재적으로 수출기업이 될 수 있는 우리 경제의 모든 기업에 적용된다. 우리 산업 전반에서 기술력 확보와 비용조건 개선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세계적인 글로벌 생산 및 분업 네트워크의 개편 과정에서 우리 기업은 국제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채 도태되며 지금까지 한국경제를 지탱했던 기업의 생존과 일자리가 위협받을 수 있다.
2020-05-0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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