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종시 논의 원천봉쇄 진정 국민 위한 것인가

[사설] 세종시 논의 원천봉쇄 진정 국민 위한 것인가

입력 2010-01-09 00:00
수정 2010-0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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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에 관한 한 이 나라 정치시계가 5년 전으로 되돌아가는 형국이다.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발표를 앞두고 여야 대립과 여권내 분란, 지역의 반발이 뒤엉키면서 백화제방(百花齊放)의 혼란이 펼쳐지고 있다. 세종시 수정안이 나오기도 전에 야권은 세종시 수정 저지를 위한 전열 정비에 나섰고, 경기도를 필두로 각 지자체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그제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거듭 세종시 원안 추진의 뜻을 천명하며 정부 행보에 제동을 걸었다.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을 찬성하는 쪽이든, 반대하는 쪽이든 그 충정만큼은 서로 다르지 않을 것이다. 후대를 위해 이 나라의 백년대계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것, 그것이 공통의 대명제다. 그런 점에서 이 나라의 균형발전을 어떻게 이룰 것이냐의 접근 방법과 정치 신뢰의 가치를 어떻게 바로 세울 것이냐의 문제는 양립할 수 없는 사안이 아니라 외려 동전의 양면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본다.

박 전 대표는 세종시 수정안이 당론을 뒤엎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론이 한 번 정해지면 어떤 일이 있어도 이를 이행해야 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5년 전인 2005년 3월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할 때 과연 한나라당의 진정한 당론이 행복도시 지지였는지는 의문이다. 당시 세종시법 표결에 참여한 한나라당 의원은 박 전 대표를 비롯해 25명에 불과했다. 그나마 표결에 참여한 이들 가운데서도 12명이 반대했다. 120여명의 소속 의원 중 10% 남짓한 13명만이 찬성한 당론이었다. 박세일 정책위의장이 당직과 의원직을 사퇴할 정도로 한나라당 내부의 반발이 거셌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표심을 의식해 당 지도부가 어쩔 수 없이 세종시 지지를 택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구성원의 대다수가 반대한 당론이 진정한 구속력을 갖는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때인 것이다.

빗장부터 걸어 놓는다면 나라의 백년대계를 위한 건설적 논의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논란의 각이 클수록 서로의 자제가 필요한 시점이다. 세종시 수정안을 반대한다면 원안이 이 나라 백년대계에 더 부합한다는 근거를 보다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을 맹목적으로 편 가르지 않고, 보다 현명한 국민적 지혜를 모아 가는 첩경일 것이다.
2010-01-09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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