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헌재소장 인준 헌법절차 따라 속히 정리하라

[사설] 헌재소장 인준 헌법절차 따라 속히 정리하라

입력 2013-02-08 00:00
업데이트 2013-02-08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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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청문회가 끝난 지 벌써 17일째다. 국회 인사청문특위는 경과 보고 채택을 거부했으며 본회의 표결에 의한 임명동의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은 “자진 사퇴만이 해결책”이라며 압박하고 있고, 강창희 국회의장도 인사안에 대한 직권상정 전례가 없다는 점을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거나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하면 돌파구가 열릴 텐데 현재로선 두 방법 모두 무망하다. 그렇다고 헌재의 막중한 역할을 고려할 때 마냥 시일을 끌 수도 없다. 따라서 우리는, 국회가 관행만 들먹일 게 아니라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빨리 표결에 부쳐 이 문제를 정리해야 한다고 본다.

이 후보자는 국회 청문회에서 몇몇 위법 의혹과 여러 가지 부적절한 처신으로 도마에 올랐다. 분당 아파트 위장전입, 모호한 재산 증식과 장남의 증여세 탈루 의혹, 헌법재판관 재직 시 특정업무경비의 사적(私的) 유용 등이 논란거리였다. 게다가 헌재 직원들의 연판장으로 좀 시끄러웠는가. 이 후보자 개인의 법적 신조나 능력과는 별개로 이런 의혹과 논란을 씻어내지 못해 고위공직자로서 신뢰감을 주지 못한 게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이 후보자가 헌재의 독립성과 위상을 지켜내기 어렵다고 보고 임명권자에게 결자해지를 촉구한 바 있다.

임명동의가 지연되자 이 후보자가 사퇴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언급한 내용도 부적절했다고 본다. 자신이 은행계좌를 공개해 특정업무경비를 투명화하는 계기를 마련했고, 헌재 재판관 때 받은 특정업무경비 3억원을 사회에 환원할 용의가 있다는 말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가 아닌가. 자신의 문제로 헌재의 장기 파행이 우려되는데도 자진 사퇴보다는 국회의 표결을 요구함으로써 여론을 더욱 악화시킨 점도 안타깝다.

이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에는 임명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은 물론, 지명에 관여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책임이 작지 않다. 국회나 후보자의 결단만 기다린 것은 무책임하다. 논란이 후보자의 자진 사퇴나 지명 철회로 자연스럽게 풀리지 않는다면 법적 인준 절차에 따라 부적격 결정을 내리는 게 차선책이다. 여야는 즉각 이를 위한 해법을 협의하기 바란다. 합의가 어려우면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해서라도 조속히 매듭지어야 한다. 중요 헌법기관의 수장 자리가 장기 공백으로 이어지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의 몫이기 때문이다.

2013-02-0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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