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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기업 혁신안 전시행정에 그쳐선 안 된다

[사설] 공기업 혁신안 전시행정에 그쳐선 안 된다

입력 2015-01-19 18:00
업데이트 2015-01-19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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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엊그제 ‘2단계 공공기관 정상화 추진 방향’을 밝혔다. ‘공공기관은 철밥통’이라는 인식을 깨겠다며 성과가 낮은 관리자는 퇴출시킨다는 내용이 눈길을 끈다. 업무 성과 평가에서 2년 연속 최저 등급을 받는 2급(부장급) 이상 간부에게 내년부터 먼저 적용할 것이라고 한다. 공직사회를 고용 안정보다 경쟁과 성과 중심의 조직으로 바꾸겠다는 것이 정부의 뜻인 듯하다. 한국전력을 비롯한 302개 공기업과 공공기관이 대상이다. 하지만 기획재정부 발표에 대한 시중의 반응은 시큰둥하기만 하다. 이번 정상화 방안은 공공기관 직원의 ‘2진 아웃제’에 방점이 찍혀 있지만, 정부 발표대로 퇴출이 이루어질 것으로 믿는 국민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가 어떤 개혁안을 내놓아도 공공기관이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그동안의 학습효과로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추진 배경은 이해가 가고도 남음이 있다. 기재부 관계자가 말한 대로 공공기관에 우수한 사람이 들어가도 경쟁이 없으니 5년, 10년 뒤에는 업무 능력이 떨어지고 민간에 뒤처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 공공기관 임직원의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자 채찍을 들지 않을 수 없었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공공기관의 체질을 개선하겠다며 정부가 그동안 제시한 개혁 방안이 부지기수였다는 것이 문제다. 내놓은 개혁안만 제대로 추진했어도 지금쯤 우리 공공기관은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과 청렴성을 확보하고 있어야 정상이다. 퇴출 시스템도 처음이 아니다. 정부 출연 연구소들이 3년 연속 최저 등급자를 퇴출하는 제도를 10년 넘게 시행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기관은 퇴출자가 아직 없다. 2011년부터는 공무원도 ‘2진 아웃제’의 대상이지만 역시 실효성은 거의 없다.

비리와 저(低)생산성으로 점철된 공공기관의 낙후한 인적 구조는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우리 사회의 개혁 1순위라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런 만큼 정부 대책은 엄포성 대책으로 구성원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단계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 우선 ‘2진 아웃제’는 퇴출 대상이 빠져나갈 여지가 없을 만큼 물샐틈없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함께 제시된 성과연봉제도 상징적 제도에서 벗어나 성과 없이는 도저히 버틸 수 없도록 강력히 시행해야 할 것이다. 묻어가는 사람이 없어야 공공기관이 살고 나라가 산다.
2015-01-2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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