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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영상재판과 미래의 법정/유아람 대법원 법원행정처 영상재판운영지원단장

[기고] 영상재판과 미래의 법정/유아람 대법원 법원행정처 영상재판운영지원단장

입력 2022-03-09 23:06
업데이트 2022-03-10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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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람 대법원 법원행정처 영상재판운영지원단장
유아람 대법원 법원행정처 영상재판운영지원단장
영상재판이란 쉽게 말해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하는 재판을 말한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영상재판의 이용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2021년 11월 시행됐다.

‘이용 범위 확대’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영상재판은 이번에 처음 도입된 것이 아니다. 이미 1995년에 ‘원격영상재판에관한특례법’이 제정됐으니 30년을 바라보는 오래된 제도이다.

그렇지만 그사이 눈부시게 발전한 정보통신기술은 영상재판의 실질적 의미를 바꿔 놓았다. 당초의 영상재판은 도서·산간벽지의 특정 장소와 관할 법원을 1대1 방식으로 연결하는 것을 의미했다. 지금의 영상재판은 어느 곳에서나 재판에 참석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ubiquitous) 재판을 의미한다.

영상재판으로 법정 출석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제주에 있는 당사자가 현지에서 서울 재판에 참석할 수 있다. 10분 내외의 재판 참석을 위해 몇 시간씩 걸려 법정에 왕복하는 불편을 겪지 않아도 된다. 직장인들이 법정 출석을 위해 휴가를 낼 필요도 없어진다. 거주국 법령에 저촉되지 않는다면 해외에서도 재판 참석이 가능하다.

영상재판을 활용함으로써 재판이 더 신속해질 수 있다. 종래 법정 부족으로 대다수 재판부는 1주일에 하루나 이틀 정해진 요일에만 재판을 진행할 수 있었다. 물리적 법정이 필요 없는 영상재판은 재판 요일에 제한이 없다. 다른 일정과 중복돼 재판을 연기해야 하는 상황도 대폭 감소할 것이다.

영상재판이 대면재판보다 집중도가 떨어질 것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꼭 그렇게 볼 것은 아니다. 조용한 환경에서 적절한 장비를 사용함으로써 법정보다도 편안하게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법정 스크린은 당사자석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만, 영상재판에서는 바로 앞에 있는 모니터로 사건기록을 공유할 수 있다.

개정법률 시행 후 몇 달밖에 지나지 않아 아직은 영상재판을 경험한 당사자가 많지 않다. 그렇지만 화상회의가 대중화되고 있는 것처럼 영상재판은 사법접근성 향상을 위한 유용한 도구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상재판이 보편화된 미래에는 물리적 법정이 필요 없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표정, 몸짓, 자세 등 비언어적 표현이 중요한 경우까지 영상재판이 대면재판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사건이나 절차의 성격에 따라 그때그때 적합한 방식을 선택하는 하이브리드(hybrid) 재판이 일반화될 것으로 조심스레 전망해 본다.
2022-03-1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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