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재선충병으로부터 소나무를 지킬 만반의 준비가 구축됐다. 소나무를 지켜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긴밀한 협력체계 구축이라는 필요조건이 갖춰지고 방제사업 품질 확보라는 충분조건도 실행되고 있다. 산림청은 실효성 있는 재선충 방제를 위해 광역 시도와 피해가 심한 지자체를 방문해 소통을 통한 맞춤형 대책 및 컨설팅을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산주·산림기술인의 관심과 방제 의지를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됐다.
재선충은 감염된 소나무·잣나무를 예외 없이 고사시킬 정도로 무서운 외래침입종이다. 우리보다 재선충이 먼저 유입된 일본(1905)과 중국(1982)은 속수무책에 몰리며 사실상 소나무 방제를 포기했다. 1905년부터 피해를 본 일본은 제대로 손을 써보지도 못한 채 전체 산림의 30%를 차지했던 소나무가 7∼8%만 남는 지경에 이르렀다. 1971년에야 재선충 확산의 원인이 선충이라는 게 밝혀졌다.
재선충병이 확산하면서 기후와 지형이 비슷한 일본·중국이 실패한 방제를 우리나라는 성공할 수 있겠냐는 의문이 잇따랐다. 단언컨대 방제에 성공할 수 있다. 2014년 218만 그루였던 피해목 발생을 2020년까지 38만 그루로 줄인 경험이 있다. 진일보한 방제 대책은 성공적으로 평가받는 스페인과 유사하다. 스페인은 2008년 첫 발병 이래 체계적이고 정밀한 예찰 시스템을 구축하고 주 정부와 지자체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과감한 모두베기(개벌)와 파쇄로 추가 발생 가능성을 차단했다.
정부는 ‘헬기·드론·지상’으로 이어지는 체계적이고 정밀한 예찰과 기후변화에 대비해 과감하게 산림의 수종 전환 방제를 시행 중이다. 피해가 심각한 지역은 지자체와 공동 방제도 한다.
현장 체감도가 높은 정책은 정확한 분석을 거쳐 확산시켜야 한다. 방제 현장 인력이 방제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제언을 한다면 우선 방제 시행 주체인 시군에서 기본설계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기본설계는 ‘소나무재선충병방제특별법’에 제도화돼 있어 지자체가 관심만 있다면 얼마든지 활용이 가능하다. 기본설계 수립 여부는 지자체의 방제 의지를 평가할 수 있는 지표가 된다. 기본설계 자체가 방제전략이다. 재선충병 방제는 흔히 전쟁에 비유한다. 재선충을 옮기는 매개충은 끊임없이 날아오르고 사람은 매개충이 감염목에서 겨울잠을 자는 동안 방제하는 승부를 펼친다. 승리는 잘 구성된 전략에서 판가름 나고 전략은 적의 움직임을 아는 데서 시작한다. 발병 원인 및 확산 기제를 파악해 방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기본이다.
지난해 말 산림청은 광역뿐 아니라 시군별 방제전략 수립 지원을 위해 150여개 피해 시군에 컨설팅을 실시한 바 있다. 올해도 국립산림과학원·한국임업진흥원·소나무재선충병모니터링센터·한국산림기술사협회의 전문가들이 광역 단위 방제전략 점검을 위한 컨설팅을 실시하고 시군에 직접 찾아가 맞춤형 전략을 논의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산림 분야에서 ‘기적의 역사’를 실현한 잠재력이 있다. 유엔은 1969년 한국의 산림 황폐화는 고질적이라 치유가 불가능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20년도 안 된 1982년 세계식량농업기구(FAO)는 “한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산림 복구에 성공한 유일한 국가”라고 극찬한 바 있다. 재선충병에 속절없이 당한 동아시아 국가와 우리는 다를 것이고 또 하나의 기적을 만들 준비가 돼 있다. 끈질긴 산림녹화를 통해 지금의 숲을 이뤘듯 재선충병 방제 역시 성공의 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송동근 한국산림기술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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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동근 한국산림기술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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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동근 한국산림기술사협회장
2025-03-28 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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