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찜부럭/임창용 논설위원

[길섶에서] 찜부럭/임창용 논설위원

임창용 기자
임창용 기자
입력 2016-01-04 18:06
수정 2016-01-05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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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분만 참으면 될 일을 조바심을 냈다가 후회할 때가 있다. 누가 본 것도 아닌데 스스로 부끄러운 경우다. 어제 저녁 때의 일이다. 아파트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18층에 멈춘 채 꼼짝하지 않는다. ‘누가 이렇게 개념이 없지?’ 몇 분을 못 참고 결국 중얼대고 만다. 3분이 좀 넘었을까, ‘오랜’ 기다림 끝에 도착한 승강기엔 일흔이 넘은 듯한 택배 직원이 서 있었다.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 그가 “오래 기다리셨겠네”라며 미안한 표정을 짓는다. 마치 내 짜증을 듣기라도 한 것 같다. 그 순간의 황망함과 부끄러움이란….

‘찜부럭’이라는 말이 있다. 조금만 불편해도 걸핏하면 짜증을 내는 짓을 말한다. 남에게 대놓고 내는 것만 짜증은 아니다. 둘러보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조급증이라도 걸렸는지 혼잣말로 욕하고 투덜거린다. 운전할 때 끼어들었다고, 음식이 빨리 나오지 않는다고, 일 처리를 바로 안 해 준다고 말이다. 남 때문이라고 하겠지만, 뒤집어 보면 스스로 안달하고 불행을 자초하는 행위다. 버트런드 러셀은 “안달과 짜증에서 벗어나면 인생이 훨씬 즐겁다는 것을 알아챌 것”이라고 했다. 새해에는 ‘3분 참기’부터 실천해 보려 한다.

임창용 논설위원 sdragon@seoul.co.kr
2016-01-0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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