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탕진잼’/박건승 논설위원

[길섶에서] ‘탕진잼’/박건승 논설위원

박건승 기자
입력 2018-01-05 22:32
업데이트 2018-01-05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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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을 돌아보는 게 몇 가지 삶의 낙 중 하나다. 서울의 남대문시장도 좋고, 경동시장도 좋다. 서울 인근 오일장이야 두말할 나위 없다. 여기에선 조금이나마 어릴 적 시골 내음이 난다. 무엇보다 아주 싼 값에 물건 하나 둘 챙기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끔은 저가 생활용품 판매점도 찾는다. 옛 정취가 있을 리 만무하지만, 1000원짜리부터 비싸야 5000원짜리 것들을 골라잡는 것은 색다른 맛이다.

요즘 유행하는 ‘탕진잼’이란 말은 돈을 흥청망청 다 써서 없앤다는 뜻의 ‘탕진’에 재미의 ‘잼’을 더했다. 말이 탕진이지 사실은 돈을 소소하고 재밌게 쓴다는 얘기일 것이다. 돈을 적게 소비해 보상받으려는 심리적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나 불안정한 사회구조가 탕진잼을 빚어냈다는 점이 씁쓸하다. 장기 불황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서민과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팍팍한 삶과 무관치 않은 측면이 있다.

새해에는 비록 백화점 명품 코너는 가지 못해도, 외국에 나가 흥청망청 돈은 못 써도 ‘소소한 소비’의 즐거움이라도 맘껏 누릴 수 있는 서민들이 많아지길 간절히 소망한다.

ksp@seoul.co.kr
2018-01-0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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