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모국어/최광숙 논설위원

[길섶에서] 모국어/최광숙 논설위원

최광숙 기자
최광숙 기자
입력 2018-02-11 17:40
업데이트 2018-02-12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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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와 초등학교를 다니다가 한국을 떠난 조카 둘은 한국말을 잘한다. 하지만 유치원 때 떠난 조카는 알아듣기는 하는데 발음은 영 시원찮아 마치 외국인처럼 한국말을 한다.

모국어도 오랜 기간 현지에서 습득해야 하는구나 싶었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고려인 화가 안 블라디미르(90)씨가 보여 줬다. 얼마 전 ‘고려인 이주 80주년’을 맞아 제작된 한 방송의 프로그램에 나온 그는 또박또박 한국말로 말했다. 스탈린의 강제 이주 정책에 따라 9살 때 연해주에서 우즈베키스탄행 기차에 올랐던 그는 북새통에 부모를 잃어버리는 비극을 겪고도 한국말은 잊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더욱 감동을 준 것은 그의 조국애다. “나는 열렬한 애국자예요. 우리 민족을 사랑해요. 나 같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아주세요.” 눈가에 눈물이 촉촉이 맺혔다. 고국은 고려인을 잊고 지냈지만 그들은 결코 고국을 잊지 않았다. 그 먼 곳에서 오랜 세월 모국어 등 한민족의 문화와 전통을 고스란히 지켜 가는 그들에게 조국은 어떤 존재인가. 그들을 위해 조국은 무엇을 해야 하나. 고려인의 한국말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2018-02-12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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