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정부 “1월말까지 국가비상사태”
‘매장된 시신 7만구, 구출된 생존자 70여명’규모 7.0의 강진이 아이티에서 발생한 지 5일째를 맞이한 17일(현지시간) 현재 인간의 존엄성을 수치로 환산해본 결과는 이처럼 참혹하다.문제는 수습된 시신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당초 아이티 적십자는 이번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4만5천∼5만명 선이라고 추정했다.
아이티 당국이 매장했다고 밝힌 시신만 해도 7만구로 이 수치를 넘어섰다.
아직 수습하지 못한 시신들은 길거리에서 부패하면서 부풀어 오르며 노란 액체를 뿜고 있다.제자리를 찾지 못한 시신은 물.음식.의약품 등 생필품이 부족한 아이티인들의 시위 도구로 이용되기도 한다.
가족들이 개인적으로 매장해버린 시신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사망자 수 추정치는 점차 상향조정되는 가운데 생존자 구출 가능성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아이티 정부는 사망자가 15만~20만명 선에 달한다고 최근 추정했다.아이티 현지에서 미군의 구호작업을 지휘하는 켄 킨 중장은 최악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사망자가 20만명에 달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인 사망자만도 16명에 달한다고 미 국무부는 확인했다.
현재 최대의 과제는 무너진 건물 아래 매몰된 생존자들을 구출하는 것이다.
물과 음식물 없이 견딜 수 있는 한계 시한인 72시간을 이미 훌쩍 넘겼지만 기적의 생환자들이 꾸준히 나오면서 마지막 한 가닥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현재 활동 중인 43개국 1천700명의 국제 수색.구조팀이 구출한 생존자는 70여명.지진 발생 100시간여를 맞는 16일에도 12명이 생환했으며 17일에도 최소 4명 이상 구출됐다.
무너진 슈퍼마켓 건물 잔해 아래서 7세 소녀, 34세 남성, 50세 여성이 구출됐다.이들은 크게 다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터키 구조대가 같은 건물 아래 매몰된 4번째 생존자를 구조 중이며, 몬태나 호텔 아래에서도 생존자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무너진 유엔 건물 아래 있던 덴마크인 유엔 직원도 생환에 성공했다.
은행 아래 파묻혀 있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내온 여성에 대한 수색작업도 진행 중이다.
문자메시지를 받고 구조하러 가보면 생존 신호가 잡히지 않는 경우도 많아 구조대가 애를 태우고 있다.
16일에 붕괴된 건물 아래에서 구조된 2개월 배기 아기는 상태가 악화돼 미국 플로리다로 후송됐다.이 여아는 부상 때문에 미국으로 후송된 첫 사례가 됐다.
초기 통계를 보면 구출자 62명 중 6~7명이 미국인이었다.구출된 사람 중 29명을 미국 구조대가 살려냈다.
현재 국제 구조팀은 지진이 강타한 지역을 시계 방향으로 진행해 약 60% 지역에 대한 수색 작업을 완료했다.
국경없는의사회(MSF)의 경험 많은 의사들도 이처럼 심각한 환자가 많은 상황은 처음 본다고 말할 만큼 상태는 심각하다.
국제 구조팀 관계자는 “물을 먹지 못한 매몰자들이 심각한 탈수 증상을 겪고 있을 것”이라며 “17일이 생존자를 구출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번 지진으로 약 150만명이 집을 잃었으며 수도인 포르토프랭스 거리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사람만도 수천명에 이르고 있다.
이 때문에 도미니카 등으로 탈출하는 아이티인 행렬은 점차 늘어나는 분위기다.
한편 아이티 정부는 1월 말까지를 ‘국가비상사태’로 선언하고 한 달간에 걸친 애도 기간을 갖기로 했다.
포르토프랭스<아이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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