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귀환’…사우디 국왕의 선택은

‘왕의 귀환’…사우디 국왕의 선택은

입력 2011-02-23 00:00
업데이트 2011-02-23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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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알-사우드(87) 사우디 아라비아 국왕이 허리디스크 수술을 마치고 석 달 만에 귀국한다.

 미국 뉴욕에서 수술을 받기 위해 지난해 11월 22일 출국한 압둘라 국왕은 최근 한 달 간 요양차 머물렀던 모로코를 떠나 23일 사우디에 귀국할 예정이라고 국영TV가 전했다.

 그러나 그가 자리를 비웠던 석 달 사이 사우디는 물론 중동 전체의 정세는 확연히 달라진 상태여서 그의 귀국길이 가볍지만은 않은 실정이다.

 지네 엘 아비디네 전 튀니지 대통령은 시민 혁명에 굴복해 사우디로 피신하다시피 망명했고,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 역시 반 정부 시위에 떼밀려 30년간의 철권통치를 마감해야 했다.

 사우디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바레인과 예멘 등 인접국에서도 현 정부 타도를 주장하는 시위가 연일 확산되고 있다.

 정부에 반대하는 의사 표출이나 시위를 허용하지 않는 군주제 국가 사우디 또한 중동과 아프리카 전역을 뒤덮고 있는 반 정부 시위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달 28일 제다에서는 홍수 피해 예방을 위한 상하수도 시설 확충을 촉구하는 시위가 열려 30명 전원이 연행됐고,지난 17일엔 동부 아와미야에서는 시아파 수감자들을 재판 없이 석방할 것을 촉구하는 시아파 무슬림들의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정당 활동이 금지돼 있음에도 교수,변호사 등 10여 명은 최근 ‘이슬람 움마’ 당 창당을 선언하고 일반인의 공직 진출을 위해 피선거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특히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로서는 수니파 정권에 대한 시아파의 도전이 거센 바레인의 시위사태를 무심코 남일 보듯 지나칠 수 없는 처지다.

 사우디 내 시아파는 전체 인구의 15%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주요 동부 지역의 유전지대에 집중돼 있어 바레인과 같은 유혈사태 발생시 충격파가 상당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과 사우디는 지금까지 바레인을 시아파가 장악하고 있는 이란에 대한 ‘방어벽’으로 인식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시위 사태에 따른 후폭풍을 걱정하는 모습이다.

 사우디의 고민을 반영하듯 압둘라 사우디 국왕은 귀국 첫날인 23일 수도 리야드에서 셰이크 하마드 바레인 국왕을 면담하고 시위 사태 수습책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즉위한 압둘라 국왕은 첫 남녀공학 대학을 개교하고 최초의 여성차관을 등용하는 등 엄격한 이슬람 체제 안에서 미세하게나마 변화와 개혁을 이행해 왔지만 이번 시위사태로 개혁 드라이브를 더욱 강하게 가동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세계 최대 산유국이지만 10%에 달하는 실업률,물가 상승과 빈부격차,여성 인권 문제 등을 안고 있는 사우디로서는 정치,사회,경제 전반에 걸친 광범위한 개혁조치를 더 이상 늦추기 어려운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국왕의 이복동생이자 세계적 부호인 타랄 압둘 아지즈 왕자도 지난주 BBC와의 인터뷰에서 “국왕이 정치개혁에 착수하지 않는다면 사우디는 혁명의 위험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밝히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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