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에서 2번의 폭발사고가 발생한데 이어 2호기의 격납용기마저 손상되면서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1원전 1호기 원자로와 3호기 원자로에서 폭발이 발생했을 때는 격납용기는 손상되지 않았지만 15일 발생한 2호기의 폭발 사고에서는 격납용기가 손상돼 ‘체르노빌 참사’와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의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 원자력안전.보안원은 후쿠시마 제1원전의 2호기에 있는 원자로 격납용기의 압력억제실(스프레션 풀) 설비 부근에서 15일 오전 6시 15분께 폭발음이 발생, 이 설비가 손상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문제가 발생한 격납용기는 원자력발전소에서 사고가 났을 때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새나가지 못하도록 봉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설비다.

이 설비에 일부 손상이 발견됐다는 것은 방사성 물질 봉쇄가 충분하게 기능하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라고 NHK는 전했다.

특히 제1원전 정문에서는 이날 오전 8시 31분 현재 시간당 8천217 마이크로시버트의 방사선량이 검출되는 등 피해가 우려돼 도쿄전력측은 주변 주민들에 긴급 대피령을 내렸다.

보안원은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누출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시간당 8천217 마이크로시버트는 일반인의 연간 피폭한도의 8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번 사고는 앞서 제1원전의 1호기 원자로에서 12일 발생한 첫 폭발사고와 14일 3호기에서의 2번째 폭발사고에 이은 것이다.

2차례의 폭발사고 당시에는 원자로를 감싼 건물 외벽이 파손돼 방사능 물질이 검출됐지만 격납용기에는 이상이 없었다.

그러나 이날 폭발음이 들린 2호기에서는 격납용기가 손상됐기 때문에 1~2차 폭발사고보다 피해가 훨씬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악의 상황으로 다수의 원자로에서 노심용해 현상이 발생하고 격납용기가 손상돼 방사능 물질이 대량으로 누출되는 것까지를 상정하고 있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조셉 시린손 연구원은 미국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될 경우 원전에서 수백에서 수천㎞ 밖의 지역까지 심각한 오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쿠 미치코 뉴욕시립대 교수도 “수소 가스가 폭발해 원자로 격납용기를 손상시킬 경우 우라늄 연료봉과 방사능 물질이 공기중으로 누출될 수 있다”면서 “체르노빌 참사와 같은 최악의 상황이 현실화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가쿠 교수는 “요오드와 세슘, 스트론튬을 함유한 연기기둥이 원자로 밖으로 쏘아올려지면 20~50마일 밖으로까지 퍼져나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스완시 대학의 핵전문가인 존 기터스 박사는 노심이 노출돼 있는 후쿠시마 원전 2호기에서 체르노빌 사태와 같은 ‘방사능 재앙’이 발생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최악의 경우 핵연료봉이 녹아 원자로의 압력용기에 균열이 발생하고 콘크리트와 철제 격납시설이 파괴돼 엄청난 양의 방사능 물질이 대기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