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문화장관도 러’ 反푸틴 록 그룹 지지 합류

佛 문화장관도 러’ 反푸틴 록 그룹 지지 합류

입력 2012-08-10 00:00
업데이트 2012-08-10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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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의 자유에 대한 기소” 비판… 석방 촉구

러시아 정교회 성당에서 반(反)푸틴 공연을 펼쳐 기소된 현지 펑크 록 그룹 ‘푸시 라이엇(Pussy Riot)’ 멤버들에 대한 최종 선고가 오는 17일로 예정된 가운데 이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국내외 인사들의 지지 표명이 줄을 잇고 있다.

◇ 佛 문화장관도 지지 표명 = 이타르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9일(현지시간)엔 프랑스 문화장관 오렐리 필리페티가 펑크 그룹 지지 대열에 합류했다. 필리페티 장관은 푸시 라이엇 멤버들에 대한 재판 과정을 “우려의 심정으로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며 재판에서 모든 창작의 필수 요소인 자유의 원칙이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필리페티는 이날 문화부 공식 발표문에서 “그들은 자유롭게 창작활동을 했다는 죄 밖에 없으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며 “이번 사건은 예술 창작의 자유에 대한 기소”라고 주장했다.

그는 “어느 시대나 창작은 불가피하게 도발적 요소들을 품고 있게 마련”이라며 “창작의 자유는 동시에 현존하는 권력을 비판하는 자유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장관은 이어 “민주주의의 힘은 이러한 창작적 자유를 수용하고 이를 추구하는 예술가들을 보호하는 데 있다”고 역설했다. 장관은 그러면서 러시아 정부가 이같은 자유의 원칙을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펑크 그룹 멤버들이 갇혀있는 모스크바 교도소에는 멤버 가운데 한명인 예카테리나 사무체비치(30)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지지자들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교도소 인근에서 생일 축하 불꽃 놀이를 벌이기도 했다.

러시아 여성 펑크록 그룹 ‘푸시 라이엇’ 멤버 5명은 대통령 선거 운동이 한창이던 지난 2월 복면을 쓴 채 모스크바 시내 크렘린궁 인근의 러시아 정교회 ‘구세주 성당’ 제단에 올라가 ‘성모여, 푸틴을 쫓아내소서’란 노래와 요란한 춤이 섞인 공연을 펼쳐 러시아 정계와 종교계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엄숙하기로 유명한 러시아 최대 정교회 성당에서 록 음악을 연주한 것 자체가 신성모독으로 여겨지는 데다 노래 가사가 블라디미르 푸틴 당시 대통령 후보와 러시아 정교회 키릴 총대주교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내용이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3월 초 깜짝 공연을 벌였던 멤버들 가운데 나제즈다 톨로콘니코바(22), 마리야 알료히나(24), 사무체비치(당시 29) 등 3명의 여성들이 수사 당국에 체포돼 ‘종교적 증오에 따른 난폭 행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에게 각각 3년형을 구형했으며 최종 선고는 17일로 예정돼 있다.

멤버들은 8일 열린 공판 최후 진술에서 ‘종교적 증오에 따른 난폭행위’ 혐의를 부인하며 자신들의 행동은 전적으로 정치적 성격을 띠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무체비치는 “만일 우리가 ‘성모여, 푸틴을 쫓아내소서’란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면 이 자리에 앉아있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시 라이엇 사건과 관련 관련 러시아내 야권과 문화계 인사들은 록 그룹 멤버들에 대한 사법적 처벌이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는 정치적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외국에서도 펑크 그룹에 대한 지지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푸시 라이엇 멤버들을 양심수로 인정했다. 영국가수 스팅, 미국 록밴드 ‘레드 핫 칠리 페퍼스’ 등 유명 서방 아티스트들도 이들의 석방을 촉구하고 나섰다. 영국의 유명 코미디 배우이자 작가인 스티븐 프라이도 록 가수 지지를 선언했다. 7일(모스크바)과 9일(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아 공연을 연 미국 팝스타 마돈나도 이들의 석방을 촉구했다.

◇ “권력과 정교회 유착관계 드러낸 계기” = 이번 사건이 러시아 정부와 야권, 예술과 종교 사이의 갈등 뿐 아니라 정교회와 권력간의 지난 10여년 동안의 유착관계를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교회 신부이자 개혁파로 분류되는 안드레이 쿠라예프는 독일 시사 주간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으로 정교회를 겨냥한 유사행위가 더 늘어날 것”이라며, 푸틴 대통령을 움직여 푸시 라이엇 멤버 3명을 체포하게 만들고 법정까지 세운 러시아 정교회 키릴 총대주교의 강경노선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표시했다.

현지 경제전문지‘베도모스티’칼럼니스트 콘스탄틴 소닌은 “정교회가 1901년 레프 톨스토이를 파문한 이래 최악의 실수를 저질렀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19세기 대문호 톨스토이는 정교회의 권위주의와 독선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다 파문당했다.

소련 시절 종교 탄압으로 한동안 소원해졌던 권력과 정교회 관계는 정교회 신자인 푸틴이 집권한 2000년대 이후 급속히 회복되고 있다. 푸틴은 러시아 국민을 결속시키는 수단으로 70% 이상의 국민이 신자인 정교회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정교회도 권력에 적극 협력하고 있다. 키릴 총대주교는 지난 3월 대통령선거에 앞서 신자들에게 크렘린 복귀를 노리는 푸틴을 찍으라고 독려했고, 12년에 걸친 푸틴 치세를 ‘신의 기적’으로 칭송한 적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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