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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한인 전철역 추락사…”구조않고 사진만 찍다니”

美한인 전철역 추락사…”구조않고 사진만 찍다니”

입력 2012-12-05 00:00
업데이트 2012-12-05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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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자 “직접 구조 어려워 열차에 정지신호로 플래시 터트린 것” 해명

미국 뉴욕의 한 전철역에서 한 한인 남성이 다른 사람에 떼밀려 열차에 치여 숨진 사건과 관련, 현장에 있던 사진기자가 구조는 않고 사진만 촬영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선정적인 사건 사고를 주로 다루는 일간 뉴욕포스트는 4일(현지시간)자 신문 1면 전면에 선로에 떨어져 열차에 치이기 직전인 한기석(58)씨의 사진을 싣고 ‘(죽을) 운명 - 이 사람이 곧 죽는다’라는 제목을 달았다.

이 신문은 트위터에도 ‘충격적 영상과 사진! 타임스퀘어 전철역에서 중년 남성이 정신이상자에게 떼밀려 사망하다’라고 글을 올렸으나 언론과 독자들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고 있다.

시사잡지 애틀랜틱은 “열차에 치여 죽은 사람의 마지막 순간을 찍을 시간에 그에게 손을 내밀 수는 없었느냐”고 비판했다.

트위터에서 맹비난이 쏟아지는 등 논란이 커지자 뉴욕타임스(NYT)도 뉴욕포스트 1면을 홈페이지에 올려놓고 독자의 반응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한 독자는 “뉴욕포스트나 NYT 모두 이 사진을 보여줘서는 안 된다. 넘어서면 안될 윤리적 선을 넘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뉴욕포스트는 사진을 촬영한 프리랜서 사진기자 R. 우마르 압바시가 한씨를 끌어올리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직접 구조에 나서는 대신 재빨리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려 열차에 정지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주장하며 사과하지 않고 있다.

압바시도 NYT와 인터뷰에서 “내가 제시간에 그에게 가서 닿을 수 있었으면 나는 그를 끌어냈을 것”이라며 “언론에 부당하게 두드려맞고 있다”고 항변했다.

압바시는 한씨가 떨어진 직후 전철이 다가오는 불빛을 보고 자신이 카메라 플래시를 49차례 터트려 전철 기관사에게 경고했으며 “기관사가 내 플래시 불빛을 보고 브레이크를 밟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플래시를 터트릴 때 사진을 찍으려는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카메라를 든 팔을 완전히 앞으로 뻗은 상태였으며, 한씨를 밀어낸 사람이 다가와 자신이 벽 쪽으로 물러서면서도 플래시를 계속 터트렸다고 주장했다.

또 사건 이후에 경찰관을 신문 사무실로 데려와서 사진에 찍힌 용의자를 확인하게 했으며, 사진을 신문에 실은 결정에 자신은 관여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전날 낮 12시30분께 엘름허스트 지역에 거주하는 한씨가 맨해튼 전철역 승강장에 서 있다가 큰 체구의 20대 흑인 남성이 떼미는 바람에 선로에 떨어졌다고 NYT 등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한씨는 승강장으로 올라오려고 애썼지만 열차가 들어오는 바람에 치이고 말았다. 그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오후 3시께 숨졌다.

CCTV 영상과 목격자들에 따르면 사고 당시 용의자는 사건 직전 승강장에서 ‘미친 짓 그만 해’ 혹은 ‘여기서 나가’ 같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배회하고 있었다.

이후 한씨가 용의자에게 다가가 둘이 뭔가 대화를 나누다 말다툼이 벌어지더니 한씨보다 훨씬 덩치가 큰 용의자가 갑자기 한씨를 선로 쪽으로 밀어버렸다고 목격자들은 말했다.

한씨를 응급치료한 의사 로라 캐플런은 ABC뉴스 계열사인 WABC에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다른 승객들을 괴롭히는 용의자에게 한씨가 맞섰다”며 “알지도 못하는 다른 승객들을 보호하려 한 용감한 사람”이라고 칭송했다.

폴 브라운 뉴욕시 경찰청 대변인은 “한씨가 선로에 떨어진 후 벽을 타고 올라오려고 했으나 열차가 진입해 차량과 플랫폼 벽 사이에 끼여 사고를 당했다”고 설명했다.

열차 기관사는 한씨를 발견하고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제때 멈춰 서지 못했다.

숨진 한씨는 부인, 대학생 딸과 함께 살고 있었으며 한때 세탁소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철역에는 사람들이 몇몇 서 있었지만 갑자기 벌어진 일이라 손을 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사건 다음날인 4일 오후 현장 주변에서 탐문 수사를 벌인 끝에 인근 맨해튼 50번가에서 용의자를 체포해 조사 중이다.

자세한 범행 동기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경찰은 용의자가 정신이상일 가능성을 언급했다.

용의자를 아는 근처 상인들은 그가 상인들의 물품을 나르는 등 심부름을 하며 살아왔으며 4일에는 머리와 수염을 모두 깎고 나타났다고 전했다.

신문가판대를 운영하는 리즈 윌리스는 “그에게 뉴욕포스트 신문을 보여주고 ‘너같이 생겼다’고 했더니 그가 ‘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며 잠시 뒤 용의자가 경찰에 잡혀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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