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ℓ짜리에 쇠구슬 등 가득, 제조 간단·방법 인터넷에 깔려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 마라톤대회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에 밥 지을 때 쓰는 압력 밥솥이 폭탄으로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추모객 오열
미국 보스턴마라톤 폭발 테러가 발생한 지 이틀째인 17일(현지시간) 사고현장에 마련된 임시 추모 장소에 한 여성이 앉아 오열하고 있다.
보스턴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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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2010년에는 파키스탄 북서부에 있는 미국계 기독교 구호 단체 ‘월드비전’에서 압력솥 폭탄 테러가 일어나 6명의 파키스탄 직원이 숨졌다. 따라서 이 같은 정황으로만 보면 이번 보스턴 테러는 국제 테러단체의 소행으로 추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폭탄은 제조 과정이 비교적 간단하고 제조 방법도 인터넷에 널리 퍼져 있어 국제 테러단체의 범행으로 한정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알카에다 예멘 지부는 2010년 자생적 개인 테러리스트들을 겨냥해 만든 ‘인스파이어’라는 온라인 출판물에 이 폭탄에 대한 구체적인 제조 방법을 영문으로 올려놓았다. ‘엄마의 부엌에서 폭탄을 만드는 방법’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이 제조법은 “압력이 채워진 밥솥은 간단한 폭탄을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해 놨다.
실제 이 폭탄은 ‘외로운 늑대’로 불리는 자생적 개인 테러리스트들에 의해 미국, 중국, 프랑스 등에서 종종 사제폭탄으로 사용돼 왔다. 미국에서는 한 전직 군인이 압력솥 폭탄을 만들어 텍사스의 한 레스토랑을 공격하려 한 혐의로 지난해 종신형을 선고받았고 이에 앞서 2010년 5월에도 뉴욕시 타임스스퀘어에서 이 폭탄을 이용한 테러 기도가 있었다. 미 보안당국은 이런 이유로 2010년 “빌딩 로비나 사람이 붐비는 거리 모퉁이에 놓인 압력솥은 의심해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미국 정부가 이번 보스턴 테러에 압력솥 폭탄이 사용됐다고 해서 당장 국제 테러조직의 소행으로 단정짓지 못하는 이유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한편 CNN은 첫 번째 폭발에 사용된 압력솥의 뚜껑이 사고 장소 인근의 건물 지붕에서 발견됐다고 17일 보도했다. 뚜껑에는 폭발물을 터뜨리는 데 쓰이는 타이머나 뇌관이 부착돼 있을 가능성이 커 용의자를 찾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FBI는 테러에 사용된 압력솥이 스페인 파고르사 제품임을 확인했으며, 현장에서 수거된 수백 개의 파편들을 버지니아에 있는 연구소로 보내 정밀 감식을 시도하고 있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2013-04-18 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