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는 18∼19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회의를 열어 선진국의 양적 완화(QE)와 긴축 정책 부작용 등을 논의했으나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한 채 ‘두루뭉술한 결론’을 도출하는데 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가 중점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일본의 통화 확대와 엔저 정책도 재무장관들이 합의한 공동 성명(코뮈니케)에 포함되기는 했으나 면죄부를 줬다는 해석과 목적을 적시함으로써 일본을 견제한 것이라는 분석이 갈리고 있다.

글로벌 금융 위기나 유로존(유로화 사용국) 채무 위기 등 예년과 달리 큰 현안이 없는 상태여서 국가마다 다른 경제ㆍ금융 상황과 이에 대한 처방책을 놓고 한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에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G20 재무장관들은 코뮈니케에서 경기 회복이 더뎌지고 있다는 신호가 나타나는 점을 우려해 일부 선진국의 정부 구조조정 정책이 장기화하거나 국가 채무의 감축을 과도한 정책 목표로 삼지 않기로 한다는 데 합의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전날 기조연설에서 “여전히 취약한 세계 경제를 부양하려면 미국, 중국, 일본 및 유로존 모두의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 고용 창출을 위한 성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미국과 일본도 성장을 유도하고자 국내총생산(GDP) 대비 채무 비율을 고정하는 방안에 강하게 반대해왔다.

그러나 엄청난 채무 위기로 막다른 골목에 처한 EU 일부 회원국 등이 이 합의를 무턱대고 따라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 등 선진국의 막대한 시중 유동성 확대 정책과 이에 따른 통화가치 하락 등의 부정적인 파급 효과(spillover impact)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코뮈니케에 담기기는 했지만, 한국 등의 요구에는 미치지 못하는 원론적인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재무장관들은 “환율을 대외 무역에서 불공정한 이득을 얻기 위한 무기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의무를 재확인했다. 각국 통화 정책은 국내 물가 안정을 꾀하고 경기 회복을 견인하는데 초점을 둬야 한다. 경쟁적으로 통화 가치를 낮추는 등 환율을 정책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경쟁적인 통화가치 평가절하 등 인위적인 환율 정책이 예상치 못한 악영향을 가져올 수 있고 금융 시장의 안정성을 해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일본 양적 완화 정책과 이에 따른 엔화 가치 하락에 대해서는 “일본의 최근 정책 행위는 디플레이션을 끝내고 국내 수요를 지탱하는 것을 의도로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일본에 중기 재정 건전화 대책을 마련하라고 권유했다.

이를 놓고 일본 측은 자국의 정책이 국제회의에서 면죄부를 받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는 “G20 성명서가 일본의 1조4천억달러 경기 부양책은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고 했고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재무상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경제 정책인 ‘아베노믹스’에 대해 “이견이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번 회의 의장국인 러시아의 안톤 실루아노프 재무장관은 “G20 재무장관들이 일본의 통화 완화 정책의 부작용에 대해 철저한 감시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고 다르게 평가했다.

일본 정책의 부정적인 파급 효과에 대해 유달리 큰 반대 목소리를 냈던 우리 대표단도 이번 코뮈니케에 담긴 내용은 일본 측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관계자는 “터키, 브라질, 러시아 등과 함께 노력해 일본에 나름대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다. 양적 완화의 부작용을 우려한다거나 장기화에 유의해야 한다는 표현은 명백하게 ‘일본’을 겨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G20 재무장관들은 코뮈니케에서 한국에 대해서는 추가경정 예산 편성 등 적극적인 거시경제적 정책 패키지를 내놓는 등 내수 활성화에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