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기 사고조사 자동속도설정 작동여부에 집중

아시아나기 사고조사 자동속도설정 작동여부에 집중

입력 2013-07-10 00:00
업데이트 2013-07-10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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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 “자동속도설정 작동 안했다”…조종 과실·기체결함 규명 열쇠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발생한 아시아나기 착륙사고에 대한 원인 조사가 자동속도설정 기능(오토스로틀. 자동출력제어장치)이 제대로 작동했는지에 집중되고 있다.

사고 당시 조종을 맡은 기장과 교관 기장은 이 기능이 설정한 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미국 조사당국에 진술했다.

한·미 합동조사단은 기체 조사 과정에서 이 장치 레버가 ‘작동 가능한 위치’에 있었다고 확인함에 따라 사고 비행기가 착륙 직전 지나치게 낮고 느리게 활주로에 진입한 원인 중 하나가 기계 결함일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사고 발생 나흘째인 9일(현지시간) 현장 조사는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으며 국토교통부 조사관도 미국 워싱턴에 도착해 블랙박스 조사에 합류하는 등 사고 원인 규명 작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

◇ 자동 속도조절 장치 작동 여부 ‘초점’

미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의 데버라 허스먼 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두 기장이 착륙 준비를 하면서 오토스로틀을 작동했지만 듣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착륙 때 비행기가 권장 속도인 137노트(시속 254㎞)로 날도록 이 장치를 설정했으나 103노트로 활주로에 진입했다는 것이다.

조종사들은 비행 속도가 설정보다 느리고 고도도 낮다는 사실을 200∼500피트 상공에서 인지하고 급히 속도를 높여 기수를 올리려 했으나 사고를 피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고 허스먼 위원장은 전했다.

허스먼 위원장은 또 “사고기를 정식으로 조사했을 때 오토스로틀은 ‘작동 가능 상태’인 암드(armed)였다”고 설명했다. ‘암드’란 ‘완전한 작동 상태(engaged)’는 아니지만 작동이 가능한 위치라고 그는 부연했다.

국토교통부도 한국시간으로 10일 오후 브리핑에서 양국 합동조사단이 조종석의 오토스로틀 레버가 ‘암드’ 상태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오토스로틀은 조종사가 원하는 속도를 입력하면 비행기가 스스로 속도를 유지하도록 하는 장치인데 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오토스로틀 작동 여부는 아직 단정할 수 없으며 블랙박스와 비행기록 점검 등 추가 조사를 거쳐야 정확히 알 수 있다고 양국 당국은 강조했다.

◇ 조종사들 “활주로 지시등 보고 낮은 고도 확인”

양국 합동조사단은 조종사들이 샌프란시스코 공항 활주로의 진입각지시등(파피·PAPI)을 보고 진입 고도가 낮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조종사들은 NTSB 조사에서 “지상 150m까지 고도를 낮췄을 때 활주로에 설치된 표시등이 정상보다 낮다는 사실을 나타내 고도를 올리려 했다”고 말했다.

국토부도 조종사가 착륙 당시 활주로에 들어오면서 PAPI의 라이트 빨간색이 3개, 흰색이 1개 켜져 있는 것을 보고 진입각도가 낮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NTSB는 이밖에 또 사고 당시 조종간을 잡은 이강국 기장이 사고기 기종인 B777 조종에 필요한 훈련 60시간(20차례) 중 35시간(10차례)을 마친 상태였다고 NTSB는 전했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은 43시간이라고 밝혔다.

또 교관 비행을 맡은 이정민 부기장은 교관으로는 처음으로 샌프란시스코행 비행에 나섰으며 두 기자이 함께 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 현장조사 마무리·블랙박스 합동조사…관제사도 조사

사고 현장 조사는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샌프란시스코 공항 관계자는 이날 “아시아나항공이 오늘부터 NTSB의 허가를 받아 기체에서 수화물을 빼내 정리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 관계자도 이를 확인하고 “기체 하단부에 들어 있는 수화물 분리작업이 끝나면 NTSB 측의 최종 허가를 받아 현재 활주로에 그대로 보전되고 있는 기체를 처리하는 작업도 조만간 이뤄지게 될 것”이라며 “이르면 이번 주 안에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미 당국의 사고기 블랙박스 합동조사도 시작됐다.

국토부는 항공·철도 사고조사위원회 조사관과 아시아나항공 B777 기장 등 한국 조사관 2명이 NTSB 본부가 있는 미국 워싱턴에 도착, 비행자료 기록장치(FDR)와 조종실 음성 녹음장치(CVR) 등 블랙박스 조사에 합류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또 관제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공항 관제사가 고도와 각도 같은 정보를 적절히 제공했는지 등도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번 사고로 자국민 2명이 숨진 중국이 사고 조사에 참여하게 됐으며 싱가포르와 영국, 호주도 조사 동참을 요청했다고 국토부는 전했다.

사고기 탑승객 중 샌프란시스코 현지에서 입원 중인 부상자는 25명이라고 국토부는 집계했다. 이 가운데 한국인 탑승자와 객실 승무원은 각각 4명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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