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벽 세우지 말고 허물어야” 트럼프 정면 공격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며 미국 대선 민주당 경선에서 승기를 굳힌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이미 경선을 넘어 본선으로 눈을 돌렸다.클린턴 전 장관은 지난 27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 승리 이후 지지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필요가 없다. 미국은 위대하지 않았던 적이 없다”고 말했다.
공화당 유력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을 다시 한 번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트럼프의 선거 슬로건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다.
클린턴 전 장관은 이어 “다만 우리는 미국을 다시 한 번 온전하게 만들 필요는 있다”며 “장벽을 세우는 대신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대 승부처인 내달 1일 ‘슈퍼 화요일’을 앞두고 네바다와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2연승을 거두며 상대 후보인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을 압도하자, 본선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큰 트럼프에게로 공격의 방향을 튼 것이다.
클린턴 캠프 측은 공식적으로는 경선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지지자들과 캠프 밖 참모들을 중심으로 이미 트럼프를 공격할 ‘실탄’을 축적하고 나섰다고 AP통신이 28일 보도했다.
이들은 트럼프 관련 법원 기록을 검토하고, 주 정부로부터 트럼프의 과거 사업 기록을 요청하는 한편, 트럼프를 효과적으로 상대할 방법을 모색하기 위한 여론조사에도 나섰다.
최근 민주당이 공화당 지지자 8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20%는 클린턴 전 장관과 트럼프의 양자 대결에서 누구를 지지할 지 결정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특히 트럼프를 ‘병적인 자기중심자’로 묘사하거나 ‘여성을 무시한다’, ‘거대 석유업체를 지지한다’는 점을 부각시킬 때 가톨릭 신자와 중도 계층인 공화당 지지자 사이에서 트럼프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클린턴 전 장관 측도 이러한 점을 활용해 과거 여성과 소수자 등에 대한 트럼프의 선동적인 발언 등을 부각시키며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기에 적합한 자질과 성격을 갖췄는지에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 지지자인 댄 멀로이 코네티컷 주지사는 “이 사람(트럼프)에게 원자력 코드를 믿고 맡길 수 있겠는가. 군에 있는 자녀를, 경제 운영을 맡겨도 되겠는가”라는 질문을 민주당이 던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 지도부는 대체로 클린턴 전 장관이 트럼프에 맞서 우세할 것으로 전망하지만, 트럼프가 공화당 경선에서 보여준 강한 면모와 언론을 다루는 탁월한 능력 때문에 긴장을 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또다른 클린턴 지지자인 데이비드 브룩은 “트럼프가 끼면 어떤 선거도 예측 불가능하다”며 “그렇기 때문에 지금 세운 전략도 매우 유동적이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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