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한 30대 남성 정자 놓고 약혼자와 부모간 줄다리기
사망한 30대 남성의 정자를 놓고 그의 약혼녀와 부모 간 싸움이 벌어졌다. 약혼녀는 아기를 갖길 원하고, 부모는 이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2일 뉴질랜드 언론 등에 따르면 호주 여성 리스 패터슨(43)은 지난해 8월 온라인을 통해 알게 된 뉴질랜드 남성 토니 딘(34)과 사랑에 빠졌다. 딘은 호주로 건너가 패터슨을 만났다. 그러던 어느날 딘은 자신이 희귀 혈액병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럼에도 패터슨은 정성껏 딘을 돌보며 사랑을 키워갔다. 두 사람은 만난지 2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약혼식을 올렸다.
그로부터 6개월 후 딘은 혈액병이 악화돼 뇌사 판정을 받았다. 판정 이틀 뒤 생명 유지 장치도 제거됐다. 패터슨은 딘이 사망하기 전 딘의 아기를 가져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뇌사 판정이 내려진 다음날 호주 최고법원을 찾아가 “딘의 몸에서 고환과 정자를 채취하게 해 달라”는 내용의 긴급 신청서를 제출했다. 법원은 패터슨에게 허가를 내주며 “딘의 고환과 정자를 체외수정 전문기관에 보관하라”고 결정했다. 이후 딘은 세상을 떠났다.
이런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딘의 부모는 “아들의 정자를 어떤 목적으로도 사용해선 안 된다”며 소송을 냈다. 부모는 변호사를 통해 “아들이 사경을 헤맬 때 병원에서 패터슨을 처음 보았다”며 “누군지도 잘 모르는 사람이 딘의 정자를 사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패터슨 측 변호사도 “패터슨이 언젠간 딘의 정자를 사용하겠다는 신청서를 낼 것”이라면서 “정자가 냉동되면 10년 정도 보관할 수 있어 서두를 이유는 없지만 (사용하는 데)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라며 맞불을 놓았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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