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 에티오피아 출신 가정부 구사일생…쿠웨이트 여주인 조사중
아파트 건물 7층 바깥 창틀에 오른쪽 팔로만 매달린 여성이 “잡아 줘, 잡아 줘”라고 비명을 지른다. 창 안쪽에 있던 여성은 도리어 창가에서 한 발 뒤로 물러서며 동영상을 촬영하다가 매달린 여성이 아래로 떨어지자 다시 창가로 가서 추락 지점에 엎어져 있는 모습까지 찍어서 이를 소셜미디어에 올린다.바깥 창틀에 매달린 여성. 유튜브 영상 갈무리.
연합뉴스
연합뉴스
추락한 여성은 이 쿠웨이트 여성의 가정부로, 천만다행으로 얇은 철판으로 만든 가리개 위에 떨어진 덕분에 충격이 흡수돼 목숨을 구했다. 한쪽 팔이 부러지고 코와 귀에서 피가 나는 정도의 상처를 입고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세계인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이 영상은 쿠웨이트 가정에서 가정부로 일하고 있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출신 여성 60여만 명이 저임금과 혹사, 학대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을 다시 일깨우고 있다.
ㄴ 자 모양의 은색 철제 가림막 위에 검게 보이는 부분이 추락한 여성. 흙먼지가 튀어오르는 모습도 잡혔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휴먼라이츠워치는 지난 2010년 실태 조사 보고서에서, 제대로 먹지도 못하면서 장시간 일해야 했던 필리핀 출신 가정부가 외부에 도움을 요청했다가 집주인으로부터 폭행당하고 멱살을 잡혀 창밖으로 내던져져 3층 아래로 떨어진 사례를 소개했다. “우선 죽여 줄 테니 나갈 테면 나가라”라며 가정부를 내던진 주인은 가정부가 자살하려 했던 것이라며 도리어 가정부를 고소했다.
7층에서 떨어진 에티오피아 가정부도 자살하려고 몸을 내던졌다가 생각이 바뀌어 창틀에 매달렸던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으나, 이 가정부는 에티오피아 언론과 인터뷰에서 “자살하려 던 게 아니다”라며 “주인 여자가 나를 죽이려 해서 도망치려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고 아프리카뉴스 닷컴은 지난 2일 전했다.
런던에 본부를 둔 진보성향의 아랍 매체 ‘뉴 아랍’은 “아랍 세계에선 가정부들에게 이런 일이 생기면 일단은 자살하려 했던 것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쿠웨이트 타임스는 동영상 내용을 설명하면서 에티오피아 가정부가 “(자살하려 창밖으로 뛰어내리려다) 마지막 순간에 변심한 듯” 도와달라고 애원하고 있다고 묘사했다.
영상에선 가정부가 비명을 지르며 애원하고 있는데 쿠웨이트 여주인은 “미쳤네, 이리 와”라고 심상한 어조로 말하면서 카메라를 가정부에게 가까이 대는 것으로 나온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설명했다.
쿠웨이트 정부는 지난 2015년 고용인이 피고용인의 여권을 빼앗지 못하도록 하고 1주일에 하루 쉬는 날과 유급 휴가를 주고 하루 최대 근무 시간을 12시간으로 제한하는 등 “걸프 지역에서 가장 진보적인” 외국인 노동자보호법을 첫 제정했으나 실효성이 없다고 휴먼라이츠워치 관계자는 말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